<내용> 새 화폐 주조의 페단에 대한 壬辰(1892) 十一月 二十五日 右議政 鄭 [차자(劄子/상소, 공문서)] 抄로 상태 양호하다.
<크기> 57.5×24cm
<참고> 조선왕조실록
고종실록 29권, 고종 29년 11월 27일 신해 2번째기사 1892년 조선 개국(開國) 501년
정범조가 새로운 화폐를 주조하는 폐단에 대해 아뢰다
우의정(右議政) 정범조(鄭範朝)가 올린 차자(箚子)의 대략에,
"삼가 아룁니다. 전환국(典圜局)의 초기(草記)를 보니 은(銀)과 동(銅)으로 새 화폐를 주조하는 일과 관련된 절목을 만들어 들였다. 이 일은 지난겨울에 이미 명령이 있었으나 이 화폐의 이해(利害)와 편부(便否)에 대해 실로 정확한 견해가 없었으므로 아직 감히 함부로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근일에 이르러 점점 화폐의 폐단이 고질이 되고 사람들의 의론이 황급해지는 것을 보게 되어 있습니다. 시세와 여론으로 보면 새 화폐에 관한 조항은 갑자기 시행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대개 당오전(當五錢)을 설행한 것도 처음에는 조치를 바로잡으려고 했던 것이지만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간사한 속임수가 점점 심해지고 화폐를 주조하는 것도 처음만 못하게 되었습니다. 돈은 경시되는데 재화(財貨)는 중시되어 폐단이 극도에 이르러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서영(西營)에서 새로 주조한 돈은 얇고 볼품이 없는 소전(小錢)까지 뒤섞여 사용되어 소전 한 닢이 5냥(兩)의 값어치 에 해당된다고 하니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애초에 조정의 명령이 없었는데 관에서 이미 이 돈으로 지출하고 시장에서도 이 돈으로 통행하고 있습니다. 나라에 통보(通寶)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정책입니까? 그런데 이러고서야 어찌 나라의 체모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모든 물건값이 폭등하여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아침저녁을 보존하지 못할 듯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새 화폐를 더 주조하는 것은 오래된 병에 또 급한 증세가 더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비록 창공(倉公)이나 편작(扁鵲)이 있다 해도 다시 치료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신의 어리석은 소견으로는 은과 동으로 새로운 화폐를 주조하라는 명을 속히 거두시고 서영의 주전소(鑄錢所) 또한 즉시 철폐한 뒤에야 민심이 조금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없애 버리는데 따르는 일시적인 혐의는 가벼운 것이나 한 나라의 안위가 달려있는 기틀은 중대한 것이며, 몇 만의 재물을 폐기하는 폐해는 작지만 영원히 나라를 위하는 계책은 큰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이 점을 유념하소서.
이것은 나라에 관계되는 큰 문제로서 신 한 사람의 말로써 한순간에 결정할 수 없으니 조정의 여러 신하들에게 널리 문의하셔서 충분히 강구하여 확정해서 처리하심으로써 나라 일을 중히 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화폐라는 것은 백성들의 이용을 편리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예로부터 폐단이 있으면 고쳐왔다. 옛것을 고수하지 않고 때에 맞추어 적절한 방법을 제정하는 것도 경법(經法)이다. 몇 해 전에 은화(銀貨)를 처음 주조한 것은 애당초 백성에게 편리하게 하려는 것이었고 겸하여 동전(銅錢)을 주조해서 그 경중에 따라 사용한다면 더욱 쓰기에 이로울 것이기 때문에 작년 겨울에 의견을 물었고 절목도 오늘 처음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
경이 차자로 아뢴 내용을 내가 어찌 흐뭇하게 여겨 유의하지 않겠는가? 돌아보건대 내가 밤낮으로 걱정하고 힘쓰면서 편안할 겨를이 없는 것은 오직 백성을 위한 한 가지 문제 때문이다. 나라에서 속히 궁색한 형세를 구제하고자 하는데 좋은 규례나 좋은 계책이 또한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 있다면 편의에 따라 획정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 그런데 오직 이 조치를, 바로잡는 방책으로 여기니 나는 그 말을 이해 할 수 없다.
심지어 엽전(葉錢)을 당오전(當五錢)과 섞어 사용하는 것은 조정에서 명한 적이 없었는데 어려움 없이 통용되고 있는 것은 법과 기강이 해이해졌기 때문이니 대단히 놀랍다. 묘당(廟堂)에서 엄히 신칙하여 금지시키고, 구분하여 혼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右議政鄭範朝箚略: "卽伏見典圜局草記, 以銀銅新幣鼓鑄事, 成節目以入矣。 此事在昨冬, 已有成命, 而此錢之利害便否, 實無的見, 故尙未敢妄論。 然至於近日, 漸見錢弊之成痼, 群情之遑急。 揆以時勢物議, 則新幣一款, 恐不可遽爾行之。 蓋當五之設, 未始非捄措之宜, 而行之未幾, 奸僞滋甚, 鑄不如初, 幣輕貨重, 弊到于劇, 浸至於莫可收拾之境。 重之以西營新鑄, 薄不成樣, 與之混同, 以一爲五, 說不近理。 初無朝令, 而官旣以此應下, 市亦以此通行。 有國通寶, 何等大政? 而夫豈有如許國體乎? 見今百物騰踊, 衆心惶駭, 若不保朝夕。 於此際, 加之以新鑄, 則譬如久病, 又添急症, 雖有倉扁, 更難爲醫。 臣愚以爲銀銅新鑄之令, 亟爲還寢, 西營鑄所, 亦卽撤罷, 然後民心庶可少安矣。 夫暫時銷刻之嫌, 輕; 一國安危之幾, 重。 幾萬費財之害, 小; 永世爲國之計, 大。 伏願聖明念之哉! 此係國家大關捩之會, 不可以臣一介之言造次裁斷, 廣詢在廷諸臣, 十分講確而處之, 以重國事焉。" 批曰: "貨幣者, 欲其便民利用, 自古弊則改焉, 非守故常, 因時制宜者, 亦自爲經法矣。 向年銀幣之始鑄, 未始不便民, 而兼鑄銅幣, 權其輕重, 尤可以利於用。 是以有昨冬詢議者, 而節目亦非今日創行者也。 卿之箚陳, 予豈不翕然佩服? 而顧予憂勤宵旰, 不遑暇逸, 惟是爲民一事而已。 國欲亟救艱絀之勢, 良規美算, 又有以出於此者, 則劃隨其便宜, 未爲不可。 而惟以不此施爲, 而爲矯捄之方, 予未得其說矣。 至於葉錢之雜用於當五, 非有朝令, 而無難通用者, 法紀之蕩弛, 極爲可駭。 其自廟堂, 嚴飭禁斷, 使之區別, 無令淆雜可也。"
【원본】 33책 29권 69장 A면【국편영인본】 2책 440면
【분류】
금융-화폐(貨幣) / 물가-물가(物價) / 정론-정론(政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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