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경남 하동 출신으로 문무를 겸비하여 병자호란시 볼모로 가는 소현세자와 대군을 호위했던 죽당(竹塘) 최탁(崔濯) 선생의 실기인 [죽당최선생실기(竹塘崔先生實紀)] 목판본 單冊이다. '晋陽鄭宗魯撰' 序, '皇明崇禎甲申之後一百六十八年辛未(1811)日南至先生六代孫[崔]重習謹識', '辛未(1811)...先生七世孫(崔)悳民謹書' 跋이 있다. 약간의 얼룩이 있으나 그 외 상태 양호하다.
<크기> 22×31.5cm
<참고> 죽당(竹塘) 최탁(崔濯. 1598-1645) 관련 기사
1637년 1월 30일 인조는 세자 등 신하 500명을 거느리고 성문을 나와 삼전도(三田渡)에 설치된 수항단(受降壇)에서 청 태종에게 굴욕적인 항복의 예를 올렸다.  인조의 항복을 받은 청 태종은 소현세자·빈궁(嬪宮)·봉림대군 등을 인질로 하여 2월15일 철군하기 시작하였다. 세자와 대군이 인질로 잡혀가자 조정에서는 문과 무를 겸비하고 아울러 덕행있는 자를 선발하여 세자와 대군을 보필하게 했는데, 당시 익위사(翊衛司) 익찬(翊贊) 벼슬로서 선발된 죽당(竹塘) 최탁(崔濯)은 현재의 하동군 북천 출신으로 그 충절이 지금껏 전해오고 있다. 진주에서 하동군 북천면 소재지 조금 못 미치는 지점에 옥종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이 길로 5분 정도 가다보면 ‘중촌마을’ 이란 조그마한 표지석이 나오고 마을 입구에 큰 비석이 바로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죽당의 사적비이다. 죽당은 1598년(선조 31년)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완산(完山)이며 자는 극수(克修)이다. 아버지 휘 기변은 군수를 지냈으며, 어머니는 용궁김씨(龍宮金氏)이다.  죽당은 어려서부터 특이한 자질로 스승의 가르침이 없어도 학문에 남다른 조예를 가지고 있었으며,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은거하면서 독서하는 즐거움으로 살고자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권유로 과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급제하기 전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죽당은 지극한 효성으로 상을 마치고 과거에 응시해 급제를 했다. 이때가 33세(1630년)였다. 조정에서는 곧 효행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36세 때 선전관 등의 벼슬을 지내고, 38세 때에는 형조좌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 안 있어 감찰(監察)에 임명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으며, 39세 때에는 광양현감으로 있었다.  오랑캐가 쳐들어 왔다는 급보를 전해 들은 죽당은 광양에서 병사를 모집, 전주 진영으로 합세한 후 전투 태세를 완비하여 한양으로 진격한다. 그러나 조정에서 항복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죽당은 소를 올리고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하였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 1643년 볼모로 가는 소현세자와 대군을 안전하게 호위할 문무 겸비한 인물을 찾던 중에 죽당이 천거돼 익위사 익찬에 임명되어 모시고 따르니 세자와 대군이 의지하고 믿기를 남달리 했다고 한다.  어려운 볼모의 처지에서도 죽당은 세자와 대군에게 와신상담의 고사를 들어가며 나라를 수복하도록 간청했던 여러 일화들은 길이 충신들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1645년 고국으로 돌아와 죽산부사(竹山府使)가 되었으나, 나라가 오랑캐의 굴욕을 씻지 않으면 벼슬하지 않겠노라고 곧 사퇴하고 속리산으로 들어가 은거를 했으나, 벼슬을 버린 죄로 남양에 유배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호란 이후의 관직 명을 부르는 자가 있으면 손을 저으며 중지시켜 말하기를 “호란 이후의 벼슬살이는 나의 뜻이 아니다”라고 했다. 거처하는 곳에 반이랑쯤 되는 연못을 파 놓고 그 가에 대나무를 빙 둘러 심어 놓고서 연못을 죽당(竹塘)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공을 ‘죽당’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유배된 지 얼마 안 되어 특별히 사면되어 다시 청나라에 다녀오라는 명을 받게 된다.  소현세자가 볼모에서 돌아온 것을 사례하기 위하여 인평대군 행렬이 청나라로 떠난 뒤였다. 그러나 우리 조정에서는 공교롭게도 나라의 기밀 문서를 가지고 인평대군 보다 먼저 청에 도착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때 소현세자가 죽당을 천거하여 가게 되었는데 밤낮을 쉬지 않고 말을 몰아 달려 인평대군 일행보다 먼저 청에 도착해 임무를 훌륭히 수행을 했던 것이다.  임무를 마치고 다시 돌아 올 무렵 관사인 옥하관(玉河館)에서 병이 들어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병이 심하자 죽당은 자손에게 남기는 글을 통역관에게 붙여서 전해 주도록 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가 어명을 받들고 왔다가 복명(復命)하지도 못하고 오랑캐의 땅에서 죽는구나. 고향산천에 돌아가 은둔하려던 처음의 뜻을 끝내 이루지도 못하게 되었으니 아 아마도 하늘의 뜻이 아니겠는가. 널을 운구하여 가는 날 즉시 염을 고쳐 입히고 오랑캐의 비단을 사용하지 말라. 그리고 을해년(병자호란의 전년) 이전의 관직명으로 명정과 신주를 쓰도록 하는 것이 옳다”라고 했다. 이에 좌우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부축하여 일으키도록 하고는 의관을 바로하여 동쪽으로 향하여 네 번 절하고 자리에 돌아와 편안히 눕기도 전에 운명을 하니, 향년 48세요, 1645년 5월 18일이었다. 임금이 부고를 듣고 심히 애통하게 생각하면서 의주부윤으로 하여금 운구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관과 염을 바꾸어 다시 할 것을 명하고 또한 연도에 있는 감사와 수령들에게 제수를 올리고 호송하도록 명령했고 또한 특별히 승정원 좌승지를 증직하였다 죽당은 남명학을 계승한 인근 지역 선비들인 겸재 하홍도, 낙와 하홍달, 동계 권도, 한사 강대수, 태계 하진, 송대 하선 등과 교유하면서 학문을 연마했다.  ‘남명후 제일인자’라고 불리는 겸재는 죽당의 묘갈명에서 “자취는 무인이로되 행실은 선비이며 뜻은 굽힐 수 없었도다”라고 하여 죽당이 바른 선비임을 칭송했다.  우복 정경세의 6대손으로 퇴계학맥을 이은 강우지역의 학자 정종로는 “공이 40여년 세상에 사시는 동안 한 가지도 부족한 흠이 없으셨고 재주와 기개는 임금께서도 잘 알고 계시는 바였다. 연경에 사신 갈때는 임금께서 정주목사 자리를 비워놓고 다녀오기만을 기다리겠다는 말씀을 하셨고 비변사에서도 또한 관서절도사(關西節度使)의 교체 기한을 조금 늦추어 두었다가 공이 목사로 승진할 때 쯤에 미쳐 그 자리를 교대해 주려고 했다. 그렇지만 하늘은 공으로 하여금 지위는 덕에 차지 못하도록 하였고 일을 행함은 뜻에 걸맞지 않게 하였으며, 처음에는 하급 관료직에서 머리를 굽히다가 마지막에는 몸이 이역 땅에서 운명케 되었으니 이 어찌된 일인가”하고 안타깝게 생각을 했다. 죽당의 13대손인 최낙일씨(66·곤명면 은사리)는 “죽당선생은 문무를 겸비하신 국가의 간성으로 병자호란때 구국의 길에 앞장섰고 끝내는 이역땅에서 왕명을 수행하시다 운명하신 분”이라며“수를 누리지 못하시고 일찍 세상을 떠나 국가를 위해 더 큰 일을 하시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또한 역사 기록에도 선조의 행적이 나타나지 않아 후손으로서는 더욱 안타까울 뿐”이라며, 조상의 유업을 길이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경남일보 강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