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고려 말기의 문신이자 명필인 이암(李嵒) 선생의 遺墨 음각 木版本帖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 全文 16面 8張 單冊으로 앞표지 부분 손상, 본문 상단 여백부 부분 등이 있으나 본문 부분적 가필 비교적 온전한 편이다.
<크기> 21.5×30cm
<참고>
① 이암(李嵒. 1297(충렬왕 23)∼1364(공민왕 13))
고려 말기의 문신. 본관은 고성(固城). 초명은 군해(君侅). 자는 고운(古雲), 호는 행촌(杏村). 판밀직사사 감찰대부 세자원빈(判密直司事監察大夫世子元賓)인 존비(尊庇)의 손자이며, 철원군 우(鐵原君瑀)의 아들이다. 1313년(충선왕 5)에 문과에 급제했으며, 충선왕이 그의 재주를 아껴 부인(符印)을 맡겨서 비성교감(祕省校勘)에 임명된 뒤 여러 번 자리를 옮겨 도관정랑(都官正郎)이 되었다. 충혜왕 초 밀직대언 겸 감찰집의(密直代言兼監察執義)에 올랐으나, 1332년 충숙왕이 복위해 충혜왕의 총애를 받았다는 이유로 섬으로 유배되었다. 1340년 충혜왕의 복위로 돌아와 지신사(知申事)·동지추밀원사(同知樞密院事)·정당문학(政堂文學)·첨의평리(僉議評理) 등을 역임하였다. 충혜왕이 전교부령(典校副令)에 무인 한용규(韓用規)를 임명하자 이를 반대했으나 왕이 듣지 않았다. 충목왕이 즉위하면서 찬성사로 제수되어 제학(提學) 정사도(鄭思度)와 함께 정방(政房)의 제조(提調)가 되었지만, 환관 고용보(高龍普)가 인사행정을 공평하지 않게 처리한다고 왕에게 진언했으나 이로 인해 밀성(密城 : 밀양)에 유배되었다. 충목왕이 죽자 서자 저( : 뒤의 충정왕)를 왕으로 세우기 위해 원나라에 다녀온 뒤 다시 정방의 제조에 임명되는 한편, 추성수의동덕찬화공신(推誠守義同德贊化功臣)이라는 호가 하사되었으며, 그 뒤 찬성사를 거쳐 좌정승에 올랐다. 공민왕 초 철원군(鐵原君)에 봉해졌으나 사직하고 청평산(淸平山)에 들어갔다가, 다시 수문하시중(守門下侍中)에 제수되었다. 1359년(공민왕 8) 홍건적이 침입했을 때 문하시중으로서 서북면도원수가 되었으나 얼마 뒤 겁이 많아 도원수로서 군사를 잘 다스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평장사(平章事) 이승경(李承慶)으로 교체되었다. 1361년 홍건적이 개경에 쳐들어오자 왕을 따라 남행(南行)했고, 이듬해 3월 좌정승에서 사퇴하였다. 1363년 왕이 안동으로 피난할 때 호종한 공로로 1등공신으로 철성부원군(鐵城府院君)에 봉해지고 추성수의동덕찬화익조공신(推誠守義同德贊化翊祚功臣)이라는 호가 하사되었다. 글씨에 뛰어나 동국(東國)의 조자앙(趙子昻)으로 불렸으며, 특히 예서와 초서에 능했다. 필법은 조맹부(趙孟頫)와 대적할 만하며, 지금도 문수원장경비(文殊院藏經碑)에 글씨가 남아 있다. 그림으로는 묵죽에 뛰어났다. 우왕 때 충정왕(忠定王)의 묘정에 배향되었다.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②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 본문과 해석
太行之陽, 有盤谷。 盤谷之間, 泉甘而土肥, 草木叢茂, 居民鮮少。 或曰 :"謂其環兩山之間, 故 曰盤。" 或曰 : "是谷也, 宅幽而勢阻, 隱者之所盤旋。友人李愿居之。
태항산(太行山) 남쪽에 반곡(盤谷)이 있다. 반곡의 사이는 샘물이 달고 토양이 비옥하여 초목이 무성하여 사는 사람이 적었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두 산 사이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반(盤)이라 한다."하고, 다른 이는 말하기를 "터가 그윽하고 산세가 막혀 있어 은자(隱者)가 노니는(盤旋) 곳이기 때문이다."하였다. 친구인 이원(李愿)이 그 곳에 산다.

愿之言曰: "人之稱大丈夫者, 我知之矣。 利澤施于人, 名聲昭于時。 坐于廟朝, 進退百官,而佐天子出令。 其在外,則樹旗旄 , 羅弓失, 武夫前呵, 從者塞塗, 供給之人, 各執其物, 夾道而疾馳。 喜有賞, 怒有刑。 才畯滿前, 道古今而譽盛德, 入耳而不煩。 曲眉豊頰, 淸聲而便體, 秀外而惠中, 飄輕裾, 翳長袖, 粉白黛綠者, 列屋而閑居, 妬寵而負恃, 爭姸而取憐。 大丈夫之遇知於天子, 用力於當世者之爲也。 吾非惡此而逃之, 是有命焉, 不可幸而致也。
이원(李愿)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사람들이 대장부라 칭하는 사람을 나는 알고 있다. 이익과 혜택이 백성들에게 베풀어지고 명성이 세상에 빛난다. 묘당과 조정에 앉아 백관들을 오라 가라 하며 천자를 보좌하여 명령을 내린다. 밖에 있게 되면 깃발을 꽂고 활과 화살을 나열하여 무부들이 앞에서 꾸짖어 사람들을 물리치고, 따르는 자들이 길을 메우며, 공급하는 사람들이 각기 바치는 물건을 잡고서 길 양쪽에 빠르게 달린다. 기쁘면 상이 있고, 노하면 벌이 있다. 재주 있고 준수한 자들이 앞에 가득하여, 고금을 말하고 성덕을 칭찬하여, 귀에 들어와도 번거롭지 않다. 눈썹이 둥글고 볼이 도톰한 여인들이 목소리를 곱게 내고 몸을 날렵하게 움직이며, 외모가 빼어나고 마음이 은혜로워 가벼운 옷자락을 날리고, 긴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흰 분을 바르고 푸른 눈썹을 그린 미녀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집에서 한가로이 살면서, 총애를 다투고 미모를 자부하며, 고움을 다투고 사랑을 얻으려 한다. 대장부가 천자에 인정을 받아 당세에 힘을 쓰는 자의 행위이다. 내가 이것을 싫어하여 도피하는 것이 아니고, 이는 운명에 달려있는 것이어서 행여라도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窮居而野處, 升高而望遠, 坐茂樹以終日, 濯淸泉以自潔。 採於山, 美可茹, 釣於水, 鮮可食。起居無時, 惟適之安。 與其譽於前, 孰若無毁於其後; 與其樂於身, 孰若無憂於其心。 車服不維, 刀鋸不加, 理亂不知, 黜陟不聞。 大丈夫不遇於時者之所爲也, 我則行之。
곤궁하게 살아 들에 거주하고, 높은 곳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며, 무성한 나무 아래 앉아 하루를 보내고, 맑은 샘물에 씻어 스스로 깨끗이 하며, 산에서 채취한 아름다운 나물을 먹을 수 있고, 물에서 낚시질함에 생선을 먹을 수 있다. 일어나고 앉는 것이 일정한 때가 없어 오직 편한 대로 하니, 앞에 칭찬 받기보다는 어찌 뒤에 훼방이 없는 것만 하겠으며, 몸에 즐거움이 있기보다는 마음에 근심이 없는 것만 하겠는가? 수레와 의복에 얽매이지 않고 칼과 톱의 형벌이 가해지지 않으며, 다스려짐과 혼란함을 알지 못하고, 축출과 승진을 듣지 않음은 대장부로서 때를 만나지 못한 자가 할 일이니, 나는 이것을 행하겠다.

"伺候於公卿之門, 奔走於刑勢之途, 足將進而趦趄, 口將言而躡嚅, 處穢汚而不羞, 觸刑辟而誅戮, 僥倖於萬一, 老死而後止者, 其於爲人賢不肖何如也? "
공경의 문 앞에서 안부를 살피며, 권세의 길에서 분주하여, 발이 나아가려다가 머뭇거리고, 입은 말하려다가 머뭇거려, 더러운 곳에 처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형벌에 저촉되어 죽임을 당하거나, 만에 하나 다행히 늙어 죽은 뒤에야 그치는 자는, 그 인품의 잘나고 못남이 어떠한가?"

昌黎韓愈聞其言而壯之, 與之酒而爲之歌曰 : "盤之中, 維子之宮, 盤之土, 維子之稼. 盤之泉, 可濯可沿。 盤之阻, 誰爭子所 ? 窈而深, 廓其有容 ; 繚而曲, 如往而復。 嗟盤之樂兮, 樂且無央。 虎豹遠跡兮, 蛟龍遁藏。 鬼神守護兮, 呵禁不祥。 飮且食兮壽而康, 無不足兮, 奚所望? 膏吾車兮秣吾馬, 從子于盤兮, 終吾生以徜徉。"
창려 한유가 그 말을 듣고 장하게 여겨, 그에게 술을 보내고 다음과 같이 노래하기를, "반곡의 가운데는 그대의 집이요, 반곡의 땅은 그대가 농사짓는 곳이로다. 반곡의 샘물은 씻을 수 있고 거슬러 올라갈 수 있구나. 반곡의 막힘은 누가 그대와 이 곳을 다투겠는가? 아늑하고 깊으니 넓어 용납할 수 있고, 둘러 굽어 있으니 갔다가 돌아오는 듯 하구나. 아 ! 반곡의 즐거움이여, 즐거움이 장차 다함이 없겠구나. 호랑이와 표범이 자취를 멀리함이여, 교룡이 도망하여 숨고 귀신이 수호함이여, 불길한 것을 꾸짖어 금하는구나. 마시고 또 먹음이 장수하고 편안하여 부족함이 없으니, 어찌 바라는 바가 있겠는가? 내 수레에 기름을 치고 내 말에 먹이를 먹여, 반곡에서 그대를 따라, 내 삶을 마치도록 한가로이 노닐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