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혼(魂)]

작가 정마부의 본명은 ‘정연규(鄭然圭)이다. 1920년에 초판이 발행되었으며 1924년 발행된 고려대 도서관 소장 재판본(225면, 1원30전)을 텍스트로 내용을 정리했다. 표지에 ‘혼(魂) 정마부(鄭馬夫) 작(作)’, 본문 첫 장에 ‘장편소설(長篇小說) 魂 馬夫 作’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모두 35회로 구성된 국한문 혼용체 소설이다.
기성이 가족과 헤어지는 장면, 도화와 나머지 자매들이 헤어지는 장면 등에서 등장인물의 심리를 반영하는 노랫말이 삽입되어 있다. 선악의 구분이 뚜렷한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항일적 성격이 드러난다. 노랫말이나 서술 부분에서 검열에 의해 삭제된 것으로 보이는 복자 표기가 있다. 당시 ‘독립운동 소설’로 분류되어 치안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작품이 압수되고 정연규가 추방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결말 부분의 “상해로 달아나 목단이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오빠 기성은 어디 있는지, 우리는 무엇을 구하고 누구를 찾는가” 등 서술로 인해 작품의 비극적인 분위기가 고조된다.
내용
경상남도 소백산에 사는 왕건에게는 예쁜 네 딸과 아들 기성이 있다. 양반 출신의 왕건은 가난하지만 부인과 함께 열심히 살아간다. 어느 날, 노모의 장례 치를 돈이 없어 고민하는 왕건에게 이왜간이라는 노파가 접근한다. 이왜간은 왕건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신 왕건의 큰딸 순애를 수양딸로 삼는다. 순애는 이왜간이 끼고 있는 반지에 현혹되어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왜간을 따라간다. 사실 이왜간은 기생을 관리하는 포주로, 왕건의 딸들을 기생으로 만들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 이왜간이 순애에게 손님 시중을 들게 하자 이를 본 기성이 몽둥이로 이왜간과 손님을 내리친다. 쫓기는 몸이 된 기성은 가족과 헤어져 집을 떠나 몸을 숨긴다. 왕건 부부가 병들어 죽자 이왜간은 왕건의 네 딸들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간다.
 네 자매는 각각 도화, 목단, 월화, 앵화라는 기명을 받고 기생 노릇을 한다. 허영심이 많은 도화를 제외한 나머지 자매들은 서로 의지하며 이왜간의 구박 속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17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동물원 구경을 나간 세 자매는 우리에 갇힌 짐승들을 보며 동병상련을 느낀다. 목단은 동생들을 데리고 탈출할 것을 결심한다.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이왜간이 매질을 가하자 도화는 그간의 행동을 후회한다. 도화는 세 자매의 탈출을 도와주다가 이왜간에게 심한 매질을 당한다.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 목단은 상해로 떠나고 월화와 앵화는 고향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부모님 산소를 찾아간 월화와 앵화는 예전 술손님에게 붙잡히게 되고 결국 이왜간의 집으로 끌려가고 만다.

[네이버 지식백과] 혼[魂] (한국현대장편소설사전 1917-1950, 2013. 2. 5.송하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