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嶺南儒林의 정치적 동향*1)
－萬人疏를 중심으로－
정 진 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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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Ⅰ. 19세기 嶺南儒林과 大院君 1. 19세기 영남유림의 존재형태 2. 대원군의 집권과 南人 Ⅱ. 19세기 후반 嶺南萬人疏의 전개와 내용 1. 서원훼철 반대만인소(고종 8, 1871) |
2. 대원군 奉還만인소(고종 12, 1875) 3. 斥邪만인소와 安驥泳 사건(고종 18, 1881) 4. 만인소의 疏儒와 疏資 Ⅲ. 嶺南儒林의 정치적 성격 맺음말 |
머리말
19세기 후반 조선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안으로는 역사적 기능을 다해 형해화된 봉건체제의 개혁과 밖으로는 침략적인 외세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러한 역사적인 과제에 대해 당시대인들은 서로 다른 생각과 대응방식을 가지고 있었음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지배층의 경우에는 일정한 개혁과 개화정책을 추진해 갔던 집권세력과 이를 반대한 재야 유생층의 두 집단으로 나눌 수 있지만, 집권세력이라 하더라도 개혁과 개화에 대해 동일한 입장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를 단순화한다면 개혁세력과 보수세력, 개화파와 척사파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개화파와 척사파는 뚜렷이 구분될 수 있는 데 반해, 개혁과 보수는 그 기준과 구분이 사실상 명확하지 못한 실정이다. 그것은 당시의 개혁이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 일정한 한계를 가진 상대적인 것이었고, 또 이 같은 개혁은 집권세력 내부에서도 대체로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재야 유생층은 이러한 개혁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었다.
이 논문에서 검토하고자 하는 대상인 영남의 유림은 이 같은 문제에서 그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하고 있었다. 이들의 입장을 우리는 반개혁·반개화라고 할 수 있겠고, 또 전통적인 조선 봉건체제를 수호하고 서양을 배척한다는 의미에서 위정척사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개별적 또는 집단적으로 개혁과 개화에 대해 그들의 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었다. 집단적인 의사 표명의 형태가 바로 만인소였다.
만인소는 숙종조 이래 오랫동안 권력의 핵심에서 소외되고, 노론세력에 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언로를 차단당하고 있던 영남 유생들이 공론을 집약하고, 나아가 이를 국왕에게 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19세기 후반의 개혁과 개화에 대해서도 영남 유생들은 중요 사안마다 만인소를 통해 집단적이고 적극적인 형태로 그들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었다. 그 구체적인 사안이란 대원군에 의해서 추진된 서원 훼철에 대한 반대(고종 8, 1871), 실세 후 양주 직곡에 머무르고 있던 대원군의 奉還문제(고종 12, 1875), 黃遵憲의 『朝鮮策略』에 대한 비판(고종 18, 1881), 복제개혁에 대한 반대(고종 21, 1884)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연구는 이러한 영남만인소를 중심으로 19세기 후반 영남유림의 동향을 검토하고자 한다. 영남만인소라면 흔히들 1881년(고종 18)의 척사만인소만을 생각한다. 이것은 척사만인소만이 알려져 있었고, 또 구체적인 연구성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1) 여타의 만인소는 최근에 소개되었거나,2) 아니면 그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연구는 우선적으로 이러한 다양한 만인소를 소개하는 데 그 의의를 둔다.3)
19세기 후반 영남만인소는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던 사정에서 개별적으로 검토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러한 개별적인 연구로는 본 주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영남유림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그 역사적인 의미 또한 제대로 밝혀 낼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왕의 연구에서는 개별 만인소의 구체적인 실상을 밝히거나, 그 성격을 민족주의운동, 또는 위정척사운동으로만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에서 제시한 영남만인소는 성격상 서로 다른 개별 사안에 대해 영남유림이 그때 그때마다 대응한 것이었지만, 이것은 일정한 연관성을 가지고 전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관성이란 다름 아닌 嶺南南人의 정치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이 연구는 영남만인소를 영남유림의 정치적인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검토하고자 한다.
사실 만인소 자체가 바로 영남남인들의 정치활동이었다. 일반적으로 儒疏는 왕명출납을 관장하던 승정원을 거쳐 어전에 올라갈 수 있었으나, 이에 앞서 성균관 장의의 유소에 대한 回通인 '謹悉'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근실은 영남 유소를 봉쇄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영남 유소는 노론이 장악하고 있는 성균관으로부터 '근실'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이에 따라 영남 유소는 근실 없이도 상소가 가능했던 만인소의 형태를 취하였다. 그러나 만인소라 하더라도 역시 노론이 장악하고 있는 승정원에서 갖은 방해로 지연되기 일쑤였다.4)
19세기 후반의 영남만인소 중 1881년의 척사만인소가 너무나 분명하게 斥邪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었고, 남인만이 아니라 소론과 일부의 노론도 참여하고 있었던 사정에서 이것이 가지는 정치적인 의미는 축소되거나 은폐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자들 또한 만인소가 가지는 정치적인 의미에 대해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하였다. 그러나 척사라는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그 정점에는 대원군이 위치하고 있었다. 비록 대원군이 실세하였다 하더라도 여전히 척사에 대해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고종의 개화정책과 더불어 추진된 척사운동은 대원군에 대한 향수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에서 척사운동은 척사파와 개화파의 대립구도만이 아니라 척사파와 대원군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만인소를 주도한 疏儒들은 당시 광범하게 존재하고 있던 유학층뿐만 아니라 생원·진사와 전직관료들을 포함하는 말하자면 관료 또는 그 예비군이었다. 이들은 그 자체가 정치세력이며, 정치집단이었다. 영남의 유림은 정치적으로는 대체로 남인이었다. 영남남인은 오랫동안 권력에서 소외되어 있었고, 따라서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도 없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대원군의 집권은 이러한 영남남인들에게 정치적인 재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고, 이것은 부분적으로 현실화하기도 하였다. 즉, 대원군에 의한 영남인(남인·북인)의 등용이 그것이다. 따라서 19세기 후반 영남유림의 동향은 대원군과의 관계를 배제하고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대원군 정권의 정치세력이나 성격 규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5)
이 논문은 이 같은 관점에서 영남만인소를 검토하고자 한다.
Ⅰ. 19세기 嶺南儒林과 大院君
1. 19세기 영남유림의 존재형태
15세기를 거치면서 영남은 인구의 집중과 선진농법을 토대로 하여 경제적으로 급속히 발전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제적인 발전은 영남을 학문과 정치적인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인조반정을 계기로 경상우도의 남명학파가 쇠퇴일로를 걷게 되었고, 甲戌換局(1694, 숙종 20)을 계기로 좌도의 퇴계학파마저 정계로의 진출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영남유림은 이후 牛栗의 陞무와 禮論을 통해 서인 또는 기호학파와 심각하게 대립·반목하고 있었다. 여기에 영조 4년(1728)의 이인좌란은 영남을 한때 반역향으로 인식되게 하였다.
이인좌란에는 소론과 남인·북인계가 가담하고 있었으며, 영남의 下道는 물론이고 上道의 안동 등에서도 접촉이 있었다. 그러나 안동 등 좌도에서는 모의과정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았고, 난 발생 후 재빨리 관군 편에 서서 창의함으로써 난 후 하도와는 다른 입장에 설 수 있었다. 이것은 결국 노론집권세력의 영남 분열책의 명분이 되었다. 여기에 노론권력은 그들의 외곽세력을 영남에 부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음으로써 이제 영남은 좌우, 또는 상하에 따라 차별되고, 같은 지역 내에서도 노론계 인사들이 등장하게 되어 영남의 公論은 크게 위축되고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와중에서 영남의 남인이 정조대에 蔡濟恭을 매개하여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전개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만인소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정조 또한 영남남인을 그의 외곽세력으로 적극 활용하고자 함으로써 채제공과 영남남인의 관계는 보다 긴밀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채제공과 정조가 잇달아 죽은 이후 광범하게 포진하고 있던 노론세력의 반격은 영남남인을 향촌지배세력으로 한정시키고 있었다.6)
그러나 18세기 이후 영남은 경제적으로 더 이상 선진지역이거나 중심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앙법의 광범한 보급으로 수전농업지대가 평야지대로 옮겨지고 있었으며, 또 농업에서 상업으로 경제적 기반의 축이 옮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앙과 지방의 분리는 더욱 가속화되었고, 이에 따라 영남남인은 정치적으로 더욱 소외되고 있었다.
실세한 영남의 사족은 노론전제권력의 확립과 더불어 중앙정계로의 진출을 포기하고 향촌사회의 지배자로 만족하고 있었다. 그것은 지주경제의 발달과 동성촌락의 확립, 서원의 설립 등으로 그들의 재지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남의 남인은 늘 중앙집권세력의 견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농민항쟁의 발발과 더불어 그들의 배후인물로 지목되기도 하였고,7) 서학의 침투와 더불어서는 내부의 호응자로 지목되기도 하였다.8)
19세기 영남의 양반층은 여타 지역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는 재지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미약하였다) 개별적으로는 몰락사족과 지주층으로, 족적으로는 동성촌락으로 결집한 가문과 몰락가문으로 분화되어 있었다. 동성촌락을 통한 혈연적인 결집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문벌가문은 관권과의 결탁을 통해 여전히 이전 시기에 누렸던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강화함으로써 도리어 토호적인 존재로서 군림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또한 촌락과 군현단위를 넘어서는 차원에서 광범한 인척관계를 맺고 있었고, 학문적인 사사관계와 서원을 통해 문벌가문 상호간의 횡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영남의 유림은 학문적으로는 퇴계학파였고, 정치적으로는 남인으로 존재함으로써 그 어느 지역보다도 내부적인 결속력이 강고하였다.9) 영남남인의 이러한 관계는 정치적인 제 문제에 대해 집단적인 대응을 보다 용이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영남 내부에도 18세기 이후 노론집권세력의 분열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노론세력들이 점차 형성되어 갔다. 이들은 노론계 인물들을 배향하는 서원을 건립하기도 하였고, 기존의 지배집단인 남인들로부터 억압을 받고 있던 서얼들과 연계하거나, 관권의 지원을 업고 남인의 향촌지배체제에 도전하기도 하였다. 이것이 바로 鄕戰이었는데, 이러한 향전은 결국 재지사족의 향촌지배를 제약하거나 해체해 가는 한편 영남남인의 관심을 향촌문제에 묶어 두기에 충분하였다.10)
영남의 문벌가문은 중앙의 권력에서 소외되면서, 그리고 그들의 관심이 향촌사회의 이해관계에 집착함으로써 이들 상호간에는 사소한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갈등하고 있었다. 이러한 대립·갈등은 심지어 동일가문 내부에서 전개되기도 하였다.11) 그러나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안동유림을 중심으로 전개된 屛虎是非였다. 안동은 퇴계학파의 적통을 계승함으로써 16세기 이래 영남을 영도하는 위치에 있었다. 따라서 안동에서의 병호시비는 단순히 안동유림만이 아니라 영남유림의 분열과 대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문벌가문, 또는 이들 가문이 기반하고 있던 동성집단과 동성촌락 내부에 있어서도 嫡庶間의 신분적 갈등이 심각하였다. 서얼은 영·정조대를 거치면서 허통되어 중앙의 청요직과 향촌의 각종 명안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영남지역에서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서얼에 대한 차별이 심하였다. 따라서 향촌사회의 각종 조직에의 참여를 두고 적서 간의 갈등은 심각하게 전개되기도 하였다. 서얼은 당시 집권세력인 노론과 결탁하여 기존의 향교와 서원을 출입하면서 남인들과 주도권을 다투기도 하였고, 심지어는 노론계 인물을 배향하는 서원을 건립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부분 鄕戰이 유발되고 있었고, 이 같은 향전은 어느 경우나 영남의 향촌사회를 분열시키는 데 크게 작용하였다.
영남유림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안동과 경주에서도 이러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가령 경주의 玉山書院(이언적 봉향)과 仁山書院(송시열 봉향)에서 院任職을 둘러싸고 적서 또는 南·老 간의 쟁단이, 안동에서는 金尙憲 서원의 건립을 둘러싸고 남인과 新生老論의 격렬한 쟁단이 전개되고 있었다. 노론과 서얼들의 이러한 활동에는 예외 없이 관권이 결탁되어 있었다. 이 같은 향촌사회 내부의 갈등과 대립 속에서 결국 영남의 남인은 노론전제권력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상실해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남인들의 정신적인 지주인 영남 성리학은 대체로 퇴계학파의 범주에 속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동질성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그 내부에 다양한 분파12)가 형성되어 상호간 心性論에 대한 논쟁을 벌이면서 대립되기도 하였다.13) 여기에 경남 서남부지방의 蘆沙學派(奇正鎭)와 艮齋學派(田遇)도 출현하고 있었다.
2. 대원군의 집권과 南人
정조대 이후 특히 안동김씨 척족세력의 전제체제가 확립되면서 영남남인의 집단적인 정치활동은 극히 제한되고 있었다. 비록 순조 5년의 영남 4賢(鶴峰·西厓·寒岡·旅軒)의 陞무운동이 있었지만, 이것은 尊賢의 문제였지 국정을 비판하거나, 집권세력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승무운동 과정에서 보여준 영남 내부의 시비는 당시 영남남인의 정치적인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부의 시비와 분열은 척족세력에게 승무를 거부하는 명분과 함께 시비와 분열을 조장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14) 아무튼 향촌사회 내부의 시비와 갈등은 영남남인의 정치적인 위상을 크게 실추시키고 있었고, 또 시비에서 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서 집권층에 접근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세도권력에 대해 적절히 대응해 나갈 수 없었다. 그러한 가운데 대원군의 등장은 영남남인에게 정치적인 재기를 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었다.
대원군의 정치적 권력은 처음부터 확고한 세력기반, 새로운 사회계층의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 못하였다. 대원군의 정치세력은 노론 일부, 조대비파, 남인??북인, 서얼·중서층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지만, 중앙의 정치권력은 여전히 척족세력이 장악하고 있었다.15) 이 같은 가운데서도 주목되는 것은 남인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대원군은 초야에 있을 때 영남지역을 두루 순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대원군과 관련된 이야기는 오늘날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이러한 사정은 오늘날 기록이나 구전으로 그 단편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역시 중심되는 이야기는 상주의 柳厚祚와 대원군과의 관계이다. 대원군은 상주의 류후조가에 머물면서 영남의 많은 인사들과 교유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또 안동의 여러 가문을 순력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의성의 申奭祜와는 志氣가 통하여 許交할 정도였다고 한다.16) 경주 양동의 無添堂(회재 이언적의 후손가)과 봉화의 진양강씨 가문에는 당시 대원군이 머물면서 썼다는 懸額이 남아 있다.17) 아무튼 대원군은 초야 시절에 영남을 순방하면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18) 안동김씨 세도정치하에서 같은 처지에 있던 이들은 정치적인 입장에 있어서 서로 인식을 공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같은 관계는 대원군이 집정하면서 곧바로 정치적인 제휴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초야 시절의 이 같은 관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대원군과 남인과의 관계는 정치적으로 상호보완적인 입장에서 제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즉, 대원군의 입장에서는 안동김씨 척족세력, 나아가서는 노론전제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영남남인의 경우에는 중앙의 정치세력으로 재기하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지원과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였다. 영남은 노론전제와 그 연장선상에서의 척족세도정치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는 동안에도 정치세력으로 결집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었다.
이제 대원군 집권기에 판서 이상의 직위에 올랐던 남인을 살펴보면 <표 1>과 같다.19)
<표 1> 대원군 집권기의 남인??북인 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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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
본 관 |
주요관력 |
당색 |
비 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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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承輔
李宜翼
姜蘭馨 姜時永 兪致崇 柳厚祚
李源祚 李明迪 趙性敎 崔邁亨 韓啓源
許 傳 姜 로
任百經 任百秀 任商準 |
전주
광주
진주 진주 기계 풍산
성산 경주 한양 삭녕 청주
양천 진주
풍천 풍천 풍천 |
공조·이조, 예조판서 공·예·형, 이조판서 형조판서 공·이조 형조판서 공조, 우·좌의정 공조판서 예·이·형조 예·형조 공.예.형조 공·예·이조 우의정 형조판서 공·병·예조 좌의정 좌의정 예조·이조 형조판서 |
남인
남인
남인 남인 남인 남인
남인 남인 남인 남인 남인
남인 북인
북인 북인 북인 |
종친부관제 복구
대원군 심복
서원철폐
최익현처벌 주장
향약강론 서원철폐, 최익현처벌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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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에서 대원군 집권 10년간 상당수의 남인·북인이 활동하였음을 알 수 있다.20) 물론 이들은 영남 출신이라기보다는 주로 京南이었고, 영남인사로는 柳厚祚와 李源祚(1792∼1871)를 제외하고는 대원군 집권기에 판서직 이상에 오른 경우가 없다.21) 이로써 대원군 집권기에 영남인사의 진출이 미미하였다고 할 수 없다. 영남은 오랫동안, 적어도 정조 이후 60여 년간 권력의 핵심에서 소외되어 있어서 정치적으로나 행정적으로 경륜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남인·북인 계열이 대원군집권기에 중앙관료로서 크게 진출하고 있음은 槽谷憲一의 구체적인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여기에 의하면 세도정치기에 8.3%에 불과하던 남인·북인의 비율이 대원군집권하에서는 18%로 크게 확대되었다는 것이다.22) 그러나 위의 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남인??북인 가운데서도 그 중심은 남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대원군 집권기에 중앙관료로 남인의 진출이 두드러졌다고 하더라도 크게 잘못된 견해는 아닐 것이다.23) 이러한 사정은 "갑자년(고종 즉위년) 이후 남인 중에서 淸宦爵達한 자가 줄을 이었다"24)는 대원군의 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대원군은 남인과의 특별한 관계를 자주 거론하고 있었다.
갑자년(고종 원년, 1864) 이후 전 영남이 나에게 힘입어 復起하여 사람이 된 것은 나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도 알 것이다. ……영남남인이 (서원문제에 대해) 峻論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금일의 일(성균관의 남인유생이 주동이 되어 서원훼철에 반대한 捲堂)은 나의 주장을 誤言이라 하여 그 所懷를 君父 앞에 아뢰고자 하는 것이다. 私家로 말하면 아비의 죄를 자식에게 책망하는 것이다. ……실로 이러하면 嶺人이 어찌 가히 이 세상에서 立功할 수 있겠는가.25)
남인은 大小人員을 막론하고 반드시 나를 죄 주고 벌할 이치가 없다. ……남인 중에서 반드시 나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있다면, 즉시 (성균관으로) 들여보내 設堂하게 하는 것이 어떠한가.26)
위는 대원군이 서원훼철사로 성균관의 남인 유생들이 중심이 된 권당에 대해 李晩運과 趙性敎에게 보낸 편지이다. 대원군은 영남 또는 남인이 자기로 말미암아 크게 등용되었고, 또 앞으로도 자신에게 의지하지 않고는 立功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것은 물론 대원군이 서원 훼철에 있어서 남인의 준론에 대한 경고와 회유를 목적한 것이지만, 당시 영남유림과 대원군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남인 또한 대원군과의 이러한 관계를 의식하고 있었으며,27) 그래서 고종 6년(1869) 9월에 보인 八道監試에서 慶尙左榜이 최고였는데, 이것은 백여 년 만의 처음 있는 일로 그 동안 과거를 기피해 왔던 老成人들이 빠지지 않고 참여했기 때문28)이라고 한 것은 당시 남인들의 대원군에 대한 희망을 엿보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러한 사정에서 당시 대원군은 남인으로 이해되기도 하였다.29)
아무튼 영남은 대원군정권의 중요한 제휴세력이었다. 그러나 당시 거대한 척족세력이 여전히 중앙정계를 장악하고 있었고, 반대로 남인은 京南·嶺南 할 것 없이 내부적으로 다양한 문제로 대립·갈등하고 있었다. 따라서 대원군의 입장에서는 척족세력을 견제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남인 내부의 대립과 갈등을 종식시켜 보다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결집시켜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였을 것이다. 이 같은 필요성은 바로 이들에 대한 保合으로 구체화되었다.
우선 경남의 사정부터 보기로 한다. 1870년 6월에 서울 남촌에 거주하고 있는 남인 宰相들이 장동 韓敬源과 柳厚祚의 집에서 연회를 가진 적이 었었는데, 이를 안 대원군은 특별히 壯紙 40축과 선혜청米 10석을 내려 주어 장려하고, 또 평안감사인 韓啓源을 시켜 200緡의 돈을 내려 老少가 다시 모여서 시회를 갖게 하였다. 이에 승지 李源珪, 봉사 洪大重, 참봉 鄭顯恩, 승지 洪遠植, 朴遠燮 등이 詩會를 갖고자 하였으나 주서 姜文馨이 먼저 와 있음을 보고 이들은 참석하지 않고 돌아가 버렸다. 이것은 이들 가문 상호간에 오래된 嫌疑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남의 갈등은 비단 이들 가문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龍洲 趙絅 자손(교리 趙濟華)과 愚潭 丁時翰 자손들 사이에도 절교한 지가 몇 대가 되었고, 蔡東述(樊巖 蔡濟恭의 손자)과 직각 洪殷模, 姜文馨 사이에도 상호 혐의가 있었다.
대원군은 이들의 화합을 적극 요구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서는 적극 주선하기도 하였다. 즉, 都令 한경원에게 명하여 영남의 여러 대신들과 이들 和好하지 못하고 있는 여러 가문들의 화회를 주선할 것을 당부하였다. 그리고 또다시 판서 최우형에게 편지를 주어 모임에 보내고, 종이와 술, 안주 등을 내리기도 하였다. 이 때 모인 인사는 23명이었는데,30) 이들은 즉시 대원군에게 회답하는 한편 서로 혐의를 풀 것을 시를 지어 약속하였다. 대원군은 다시 오위장 權在斗를 보내어 解嫌 여부를 탐지하게 하고 이들의 시를 수습해 오게 하여 일일이 周批하고 考評하기도 하였다.31) 서울 남인들의 보합은 대원군의 이 같은 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32)
당시 영남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屛虎是非였다. 병호시비는 대체로 1805년(순조 5) 이래로 영남의 유림이 屛論과 虎論으로 나뉘어 상호 대립하고 있었던 것을 말한다. 시비의 발단은 일찍이 1620년(광해군 12)에 퇴계를 주향으로 하는 廬江書院33)이 건립되면서 종향자인 서애와 학봉의 位次문제를 두고 시작되고 있었지만, 시비가 본격화된 것은 1805년(순조 5)부터였다. 당시 영남에서는 西厓 柳成龍, 鶴峰 金誠一, 寒岡 鄭逑, 旅軒 張顯光 4賢에 대한 문묘종사를 청원하는 과정에서 역시 서애와 학봉의 위차문제를 두고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결국 문묘종사는 좌절되었다. 이후 1812년(순조 12)에 이르러 여강서원에 大山 李象靖을 追享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이들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면서 서애파는 호계서원과 절연하고 병산서원을 중심으로 병론을 대변해 왔고, 학봉파는 호계서원을 독점하면서 호론을 형성하게 되었다. 병호간의 대립은 심지어 공론을 모아야 하는 상소운동에 있어서도 별도의 都所를 설치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다.34)
병호의 시비는 학봉과 서애가 결국 퇴계의 학통을 양분해 왔다는 점에서 경상도 전 사림의 문제로 확대되었다.35) 또한 이들은 상대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관권, 나아가서는 세도권력에 접근하기도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층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갈등과 대립을 부추김으로써 영남세력을 적절히 통제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곧 영남남인의 분열과 이에 따른 정치적인 위상을 급격히 실추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병호의 시비에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 설 수 있었던 인사들은 이에 대한 비판과 함께 保合을 주장하기도 하였다.36)
병호시비에 대한 보합은 경남의 보합과 함께 대원군에 의해 추진되고 있었다.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던 것은 대원군이었지만, 당시 영남남인을 대표하고 있던 류후조 또한 깊이 관련되어 있었다. 류후조는 대원군과 영남남인을 연결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같은 과정을 다음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남의 鄕論은 안동이 宗長이다. 그러나 남인들이 경향에서 蔡(蔡濟恭)니 洪(洪良浩)이니, 屛이니 虎니 하니 모두 좋지 못한 일이다. 설혹 원수 사이라 하더라도 우리 집에서부터 혐의를 해소한 뒤라야 모두가 이를 모방할 것이다. 아직 和協하였다는 보고가 없다. ……영남의 병호는 그들이 비록 어렵게 말하나 나는 지극히 간단하다. 지금 경향이 和協하니, 이 화기를 맞이하여 임금에게 복이 돌아가게 하고자 한다. 편지가 도착한 후에 令公(안동부사)은 모름지기 몸소 해당 서원에 나아가 양변의 사람들을 초치하여 이 편지를 보인 후에 병호의 시비가 일어나게 된 초기 往復文籍을 모두 수집하여 올려 보내고, 그 가운데 서로 沮애되어 말하지 않은 부분은 날짜를 잡아 和會하여 시비를 가마득히 먼 옛 일로 붙여라. 그리고 이후부터 다시 호의를 맺으면 이는 人和의 근본이 된다. 인화한 연후에야 가히 元子의 탄생을 바랄 수 있다. 금일 이 말은 體天行道에서 나온 일이니 여러 선비들에게 효유하여 스스로 忠逆이 큼을 헤아리게 하라. 이러한 뜻을 장차 柳判樞丈(류후조)에게 편지하려 한다. 이 대신 역시 노성하여 내가 원자의 탄생으로서 말하면 역시 뛸 듯이 흥기할 것이다. 내가 이 일을 거론하는 것은 오랫동안 경영한 것이다. 한 번 발설한 후에 놓아 버릴 수 없음을 잘 알 것이다.37)
근일(1870년 7월)에 안동부사가 병산서원에 내린 帖紙를 보니 병산·호계 양 서원에 소속된 각 문중 유생들을 금월 27일에 호계서원에 모으고 官에서도 그 때 참석한다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건데 합하께서 반드시 어떤 합당한 대책을 시달하신 것이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지난 병인년(1866) 봄 제가 병산·호계 양쪽의 保合한 사실을 알리온 바가 있어서 합하께서도 유념하신 것이 있으시어 당시 안동부사 沈東臣에게 왕복한 敎示까지 있었으나, 제가 중국에서 돌아와(1866년 8월：필자) 보니 아무런 결정이 없었습니다. 들으신 바가 무엇이었으며, 통촉하신 바가 무엇이어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비록 병산서원쪽 사람이오나 보합하는 일에 있어서는 참으로 많은 고심을 하였으니 어디까지나 사심 아닌 공도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지켜 온 확고한 소견이 있었으며, 지금 합하로부터 양쪽 보합의 말씀이 내리셨으니 제가 어찌 감히 사사로운 욕심으로 호계쪽을 욕되게 하겠으며, 또 어찌 감히 사사로운 욕심을 합하에게 바라겠습니까. 합하께서는 똑같이 보시어 한 쪽을 두둔하여 승리를 안겨 주고 한 쪽을 억제하여 굴복토록 하시지 않으실 것입니다. 어느 한 쪽을 이기게 하고 한 쪽을 굴복토록 하지 않아야만 앞날의 화평을 점칠 수 있습니다. 지금 양쪽의 화합을 위해서는 절대로 양쪽의 모순된 의론을 받아들이시지 말아야 합니다. 엎드려 원하옵건대 奉案하는 의식절차를 합하께서 다시 정하시어 안동부사에게 교시하여 하루 속히 거행토록 하여 주시면 양쪽에서 우러러 감축할 것입니다. 설사 그 동안 다른 의견이 있었다 하더라도 끝내는 반드시 그대로 결정되어 다른 말이 없을 것입니다. 제가 지금 역경 속에 있으면서 어느 여가에 외부일에 간여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事勢가 一道를 보합하는 기회이기 때문에 감히 아뢰옵니다.38)
장황하지만 두 내용을 종합할 때, 우선 병호의 보합은 고종 3년(1866) 봄부터 류후조에 의해 추진되었으며, 대원군 또한 당시 안동부사 심동신에게 지시한 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고종 7년 7월에 대원군은 안동부사에게 지시하여 보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 때의 명분 또한 元子의 탄생이다. 이 같은 명분은 반대원군세력들의 방해와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시비의 당사자들에게 忠逆과 관련된 문제임을 주지시켜 강제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보합은 류후조와 대원군이 오랫동안 경영해 온 것이었으며, 그 의지 또한 결연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병호의 보합, 곧 영남의 보합이 대원군과 류후조에게 있어서 정치적으로 얼마나 절실한 문제였는가를 잘 보여준다.
아무튼 8월 27일에 호계서원에서 虎儒 6백여 명과 屛儒 4백여 명이 모인 가운데 안동부사가 대원군의 지시를 전하면서 상호 보합할 것을 주선했지만, 그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이를 보고받은 대원군은 크게 노하였다고 한다. 9월에 다시 안동부사와 류후조에게 재차 보합을 지시하면서 그 구체적인 방안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대원군은 판서 崔愚亨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알리면서 특히 병론을 이끌 수 있는 류후조의 역할에 대해 크게 실망하였음을 토로하고 있다.39) 이후 병호 간의 보합은 아마 대원군의 강력한 지시와 의지로 성사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12월에 호론과 병론을 대변하고 있는 『大山實記』와 『廬江誌』를 관정에서 破板하고 있고,40) 다음 해 10월경에 류후조는 "명령을 받들어 보합한 뒤로 별다른 일"41)이 없음을 대원군에게 보고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일시적인 보합에 불과하였던 것이다.42) 아무튼 우리는 이를 통해 대원군의 남인 또는 영남에 대한 관심을 살피기에 충분할 것이다. 또한 이것은 영남 또는 남인을 개별적인 존재로서가 아니라 정치세력 집단으로서 인식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대원군과 영남을 연결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확인된다. 그것은 병인양요 이후에 류후조·許元拭 등 영남출신 관료들에 의해서 추진된 영남인의 軍需願納이었다. 군수원납은 이미 병인양요 시에 대원군에 의해 시도된 것이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함대와 항전하고 있던 巡武營에 '군수원납'이라는 이름하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것은 자발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원군에 의해 유도된 것이었다. 여기에 참여한 인물들은 대부분 무반과 서리층으로 말하자면 대원군 친위세력이었고, 지역적으로도 강화도와 서울에 국한되고 있었다.43) 류후조 등에 의해 전개된 원납은 이와는 다른 것이었다. 즉, 1866년 병인양요 후 서울 류후조의 집에서 신석호, 허원식 등이 참석하여 國用과 軍需의 조달을 위한 통유문을 영남에 보내 협조를 요청하기로 하였다.44) 이에 따라 좌의정 류후조는 申錫祜를 경상도 捐補錢都有司로 천거하였고,45) 류호조와 허원식은 영남의 여러 인사들에게 원납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호소하였다.
요사이 洋船의 변란을 만나 날마다 달려가 애타게 지내오니 괴롭기 이를 데 없사옵니다. 저 양선들이 물러갔다고는 하나 부평 등지에 정박하고 있는데도 끝내 소탕하지 못하고 있으니 통분스럽습니다. ……별지에 기록한 근일의 통문은 보셨을 것으로 생각하오며, 年前에 이미 자진하여 재물을 헌납하였는데도 또 어찌 이러한 의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마는 지금 국가의 사정이 매우 긴박합니다. 이러한 때에 나라를 위하여 의협심을 발하는 사람이 있으면 수용하려고 하니 조정에서 崇尙勸奬하는 뜻을 알만합니다. 이러한 것을 그 지방 친구들에게 주지시켜 능력껏 추렴하여 국가의 급박한 사정을 도와 주도록 하여 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 만약 재물에 인색하여 사소한 재물을 가지고 책임을 면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하지 않은 것만 못할 것입니다. 뒷날 사람들이 듣게 되면 어찌 후회하는 일이 없겠습니까. 당사자는 그만두고 형도 역시 주선을 잘못한 책임을 면하시기 어려울 것이오니 양찰하시기 천만 바랍니다.46)
위의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병인양요 후, 재정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원납이 추진되고 있었으며, 이것은 국가의 공적인 조직을 통한 것이라기보다는 사적으로 논의되어 추진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원납은 국가의 공적 재정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시 대원군에 의해 주도되고 있던 斥和論을 뒷받침하는 물적토대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류후조 등은 원납운동을 추진하였고, 연보전도유사라는 특별한 직임을 통해, 그리고 통문과 편지를 통해 영남 각지에 원납을 독려하였다. 이 같은 원납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한 강제성을 수반하고 있음을 위의 자료에서 보여준다.47) 류후조 등 영남의 재경관료들은 이 같은 원납을 통해 대원군의 대외정책을 지원하는 한편,48) 나아가서는 영남과 대원군과의 제휴관계를 보다 강화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를 통해 그들의 정치적 위상을 크게 제고시킬 수 있었을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영남의 원납은 이들의 뜻과는 달리 아주 지지부진하였고, 이에 대한 반발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願補에 대해 전해지는 말이 낭자한 까닭에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지난날 보여주신 뜻은 이미 자제의 말을 통해 들었으며 세상사가 모두 이와 같았으니 도리어 한탄스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많은 통문을 내었으나 두세 곳에서만 門錢으로 납부하는 것이 있을 뿐 그 밖에는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하니 우리 영남의 일이 어찌 이렇게 되었습니까. 더욱 분개합니다.49)
근일 江院(여강서원?：필자) 통문을 보았습니다. 지금……급한 것은 軍需이고, 군수에 대한 十行의 敎書와 四件의 말씀은 바로 신하된 사람의 충의를 분발시키는 데 충분합니다. ……우리 영남 인사들은 합하의 眷愛를 입지 않음이 없고, 하물며 우리 상주야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진실로 입고 먹는 데 여유가 있다면 이 같은 板蕩의 시기에 국용에 보조하지 않음이 있겠습니까. 우리 고을의 여유 있는 자가 몇이고, 구차한 자가 몇 사람인지 합하가 잘 알고 있으니 번거롭게 아뢸 필요가 있겠습니까.50)
앞의 것은 류후조가 비협조적인 영남에 대해 분개하는 편지이고, 아래는 송기하가 여유가 없어서 원납에 응할 수 없는 상주의 사정을 류후조에게 답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글에서 보이는 '전해지는 낭자한 말들'이란 원납에 대한 불만이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결국 많은 곳에다 통문을 내었으나 겨우 두세 곳에서만, 그것도 門錢이라는 공동원납을 통해 책임을 모면하고자 할 뿐이었다. 이 같은 사정에서 영남과 재경관료들의 입장 차이를 보게 된다. 이것은 또 당시 류후조 등이 영남을 이끌어 가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남이 원납에 인색하였던 것은 대원군에 의해 주도되고, 또 류후조가 적극 지지51)하고 있었던 경복궁 중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원군은 "경복궁이 중건되면 남인이 發揚한다"는 비기까지 거론하면서 영남의 원납을 독려하였고, 또 "갑자년 이후로 영남인 중에서 淸宦達爵한 자가 줄을 이었는데도, 원납 등에 있어서는 황해도와 평안도의 10분의 1도 되지 않음"52)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었다. 영남의 이 같은 사정은 경복궁 중건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였지만, 사실상 경제적 사정에서 기인하는 문제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말하자면 영남의 유림들이 사실상 원납에 응할 만큼의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지 못하였던 것이다. 18세기 이후 영남은 더 이상 경제적인 중심지가 아니었으며, 대중국무역의 중심지이던 황해도와 평안도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었다.
Ⅱ. 19세기 후반 嶺南萬人疏의 전개와 내용
1. 서원훼철 반대만인소(고종 8, 1871)
고종의 즉위와 더불어 시작된 院祠毁撤은 몇 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즉, 즉위 초의 준비와 고종 2년 만동묘의 철폐를 거쳐, 5년에 전국적으로 미사액원사에 대한 철폐를 마무리짓고, 이를 토대로 8년에는 '文廟從享人'·'忠節大義之人'을 배향하는 47개소를 제외한 모든 원사의 철폐로 나타났다. 당시 경상도에는 사액 72개, 미사액 639개, 총 711개소의 원사가 있었다.53)
원사훼철에 대한 유생들의 불만은 당연하였다. 이 같은 불만의 표출은 고종 2년 만동묘의 철폐 때부터 반대상소로 나타났지만, 유림의 전반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였다. 이후 고종 5년 미사액서원·향현사에 대한 전면적인 훼철이 단행되자 유림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려고 노력하였다. 서원훼철에 대한 반발은 영남이 가장 격렬하였다. 영남남인은 오랫동안 중앙정계에서 배제되어 향촌지배세력으로 존재해 오고 있었다. 이 시기의 서원은 이들이 향촌사회에서 기득권을 지킬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장치였다. 따라서 서원의 훼철은 바로 영남의 존망과 직결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다음은 이 같은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국가의 안위는 吾道(영남)의 存亡에 달려 있고, 영남의 존망은 서원을 철폐하느냐 않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바로 縉紳章甫들이 죽음에 이르러야 할 때이다. 진실로 스스로 여기에 안일하고 여기에 放過하여 다만 자기의 화복만을 보고 영남의 殄滅됨을 궁휼히 생각하지 않는다면 列聖朝에 배양된 혜택과 여러 선배들이 이룩해 놓은 공적에 어찌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할 수 있겠는가.54)
서원의 존망을 영남의 존망으로 인식하고 있던 영남의 유림은 門中, 또는 院祠別로 모임을 가지면서, 타읍 사정을 탐문하기도 하고, 통문을 돌려 상경하거나 과거 거부 등 다양한 공동대응 방법을 모색하기도 하였다. 또한 영남유림은 대원군에게 上書하는 문제로 문경 초곡에서 도회를 개최하고, 나아가 충청도에서 삼남연합도회의 개최를 모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어느 것 하나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그것은 계속된 대원군의 강력한 경고와 훼철에서 제외된 사액서원 관련 후손들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이었다.55) 公論을 모을 수 없었던 사정에서 훼철 대상이 된 서원에서는 이를 책임지고 있는 군현, 또는 중앙의 당국자를 통해56) 훼철의 대상에서 빠지려고 노력하기도 하였고, 심지어는 대원군에게 청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원군의 입장은 단호하였다. 대원군은 서원을 '망국의 근본'으로 인식하고 있었고,57) 또 자신도 선조 인평대군의 서원을 스스로 훼철했음을 들어 이러한 요청을 통렬히 비난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은 류후조가 대원군에게 병산서원의 훼철 문제를 분간해 줄 것을 건의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58)
고종 6년 정월에 서원훼철 關文이 대원군에 의해 포고되자 영남의 연소한 유생들이 안동 魯林書院에서 大同道會 개최를 위한 통문을 발송하여 상소할 것을 선언하였다. 대원군은 통문의 내용을 문제 삼아 이를 발송한 유생을 결박하여 보내기를 지시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안동 호계서원 원장인 柳致鳳 또한 牌旨를 내어 연소한 유생들을 비난하였고, 李鳳基는 태학에 嶺儒를 배척하는 통문을 내기도 하였다.59)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4월 10일에 용궁향교에 모인 유생은 겨우 수십 명에 불과하여 다시 영주향교에서 모이기로 하는 등 이 시기의 영남유림은 통일된 공론을 모으지 못하고 있었다.60)
그러나 고종 8년 47개소를 제외한 모든 원사에 대한 훼철이 朝令으로 확정된 후 영남남인의 공식적인 첫 대응은 성균관의 남인유생을 중심으로 한 捲堂으로 나타났다. 이 때 권당을 주도하였던 인물은 柳寅睦·李晩起·李寅華·李承濟였다.61) 대원군은 집권 이후 등용한 남인관료들을 통해 이들에게 경고와 회유를 병행하는 한편 끝까지 반대하는 유생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서 성균관의 영남유생 상호간에는 서원훼철을 반대하는 입장과 권당을 비판하는 통문이 나돌고, 참판 姜蘭馨과 許傳은 그의 아들들이 영남유생과 합류하는 것을 금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영남의 만인소는 우선 남인의 관료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형편이었다.62)
영남에서는 각 읍별로 향회를 열거나, 서원 상호간에 통문을 내어 여기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상주의 도남서원과 안동의 호계서원 등이 중심이 되어 疏會를 열고, 4월 28일에는 마침내 의성향교에서 1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도회를 개최하여 상주의 鄭民秉을 疏首로 선출하고, 63개 읍에 疏儒를 배정하였다. 그리고 各邑·各門에서 제출한 名帖의 유생은 모두 10,027인이었다. 만인소를 준비하는 동안에 洋船의 침입으로 진무중군 漁在淵 등의 전사와 영해에서 作變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또 각 고을마다 砲手를 선발하여 放砲하는 등 민심이 극도로 소란스러워 疏行의 전도가 극히 불투명하기도 하였다.63)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서도 소수를 비롯한 소유들은 도회소인 문경을 출발하여 중순경에 서울에 도착하였지만 대원군의 강력한 제재에 밀려 소수는 형리·나졸 등의 감시하에 형조의 書吏廳, 刑獄, 경기도 감영 등을 거쳐 상주로 돌아왔고, 나머지 소유들은 전원 한강 밖으로 축출되고 말았다. 이로써 疏事는 捧入되지도 못한 채 마무리되었다.64)
서원훼철에 반대한 유소에는 만여 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참여하였던 것과는 달리 공론을 모으고 上京捧疏하기까지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었다. 그것은 고종 5년에 이미 훼철되어 버린 鄕賢祠와 훼철의 대상에서 제외된 사액서원의 후손과 관련 인사들이 아예 불참하거나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대원군의 강력한 제재와 회유 때문이었다. 사실 만인소의 준비과정에서 상당수의 영남출신 재경관료들은 대원군의 의지와 입장을 전달하기에 급급하였고, 또한 만인소를 주도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도 대원군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있었다. 이 같은 모습을 『소행일록』을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4월 20일：상주향회에는 회원 44인이 모였는데, 풍산류씨 가문에서는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경주 옥산유생 이능정은 소청에 고하지도 않고 몰래 떠났다.
5월 30일：칠곡 매원의 李以伋이 와서 전 門中이 외면한다고 함.
6월 5일：掌議 4명이 疏事의 어려움과 먼저 운현궁에 上書할 것을 건의함. 소수와 李震相이 반대함.
6월 7일：때의 변동을 보고자 먼저 入京하고자 하였던 金濟允이 몰래 충주로 가서 威怖한 말을 듣고 行中을 선동함.
6월 8일：의성소유가 세낸 말을 핑계하여 먼저 감. 病臥者와 言病者가 많음.
6월 12일：金·權 두 掌議가 대원군을 면대해서 疏擧의 이유를 밝히고자 함. 江左의 선비들은 빨리 入京할 것을 재촉, 다른 한 쪽에서는 여기까지 왔으니 돌아가더라도 부끄럽지 않다고 하여 잠행하는 등 의견이 분분함.
6월 14일：참봉 張福遠의 편지에 운현궁의 소식을 전함.
6월 15일：먼저 입경한 金聲璜이 洋賊 云云한 운현궁의 사정을 전함. 李能燮은 疏事로 운현궁에 3∼4차 왕래하였는데, 이 날 불화가 있어 가 버림.
위의 대략적인 사정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여러 가문에서 道會단계에서부터 소극적이거나 불참하고 있었으며, 대세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참여하고 있었더라도 여러 핑계로 疏行에서 이탈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사정은 서원훼철에 대해 가문별로 이해관계를 달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피면 다음과 같다.
만인소에 소극적이거나 불참하고 있던 가문은 상주[愚川]와 안동[河回]의 풍산류씨, 칠곡[梅院]의 광주이씨였다. 류씨의 경우는 안동의 병산서원이 훼철의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또 대원군에 의해 우·좌의정으로 발탁되었던 류후조와 아들 류주목65)이 만인소를 적극 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66) 이 같은 입장은 玉山書院(李彦迪배향)과 관련된 경주 玉山(이능정)과 良洞(이능섭)의 여주이씨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상소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이었던 경우는 소수와 李震相, 그리고 江左의 여러 선비로 표현되고 있다. 강좌의 여러 선비는 다름 아닌 안동의 虎溪書院과 관련된 유생들로 생각된다.67)
소유 내부의 이러한 입장 차이는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그들 선조와 관련된 서원의 존폐문제와 대원군의 강경한 입장과 회유 때문이었다. 대원군은 고종의 傳敎로서,68) 그리고 중앙의 영남인사들을 통해 강경한 입장을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疏事를 洋賊과 관련짓거나,69) 疏行에 참여한 영남인들을 '外正而內邪'한 이중적인 인물로 격렬히 비난하기도 하였다.70) 이러한 강경책은 소유들을 동요시키고 있었다. 또 상당수의 疏儒들은 상소운동보다는 대원군을 面對하거나 대원군에게 上書하여 영남의 여론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것은 영남유림이 서원훼철을 영남의 존망으로 인식하고 있던 사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물론 이 같은 의견은 유림 전체의 입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서원훼철로 말미암아 대원군과 대립적이었던 것만이 아니었음을 의미한다.71) 이 같은 사정은 대원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원군은 서원훼철에 대한 영남의 반대운동에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영남남인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전달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즉, 대원군은 강제로 소유를 축출한 후 통문을 내어 권당을 주도한 유생을 공척하였던 경주의 孫尙駿과 상주의 柳寅睦을 참봉과 初仕副望에 들게 하고, 도승지 李能燮은 경주부윤에, 柳敎睦은 용궁현감에 임명하여 영남의 여론을 회유하고자 하였다.72) 나아가서는 역모사건에 대한 남인의 관련설을 사전에 전달하기도 하였다. 역모사건이란 다름 아닌 고종 8년 8월의 문경 조령을 중심으로 한 李弼濟亂이었다. 이것은 鄭海淸이라는 자의 告變으로 시작되었는데, 이필제 등과 고변인의 供辭에서 안으로는 영남이 전적으로 동조하고, 밖으로는 洋賊이 來援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남유생들이 상소를 위해 도회를 여는 것은 사실은 역모에 가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대원군은 이것이 황당한 말이고 선동하기 위한 것임을 잘 알지만, 만약 이 말이 鞫廳에서 나온다면 장차 영남인들이 화를 당하게 될 뿐만 아니라 실로 영남의 수치가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를 발설하지 말 것을 극력 지시하여 미봉했음을 알리고 있다.73) 영남에서는 再疏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결국 대원군의 이 편지를 보고 중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74)
이필제 등이 문경 초곡에서 서원 문제로 儒會를 가장한 모임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었지만,75) 영남유생들의 동조에 대한 언급과 대원군이 이를 미봉했다는 것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다. 아마 이것은 영남의 만인소를 저지하기 위해 대원군이 꾸며 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조선후기의 역모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이것이 사실과 관계 없이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것은 대원군이 비록 영남남인을 협박하고자 하였던 것이라 하더라도, 영남을 대립적인 관계로 생각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영남만인소의 전개과정을 통해 대원군의 서원훼철과 여기에 반대한 영남남인의 동향, 그리고 대원군의 대응을 검토하였다. 영남유림이 서원의 존망을 영남의 존망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대원군이 여기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남유림과 대원군과의 관계는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양상으로는 전개되지 않았다. 도리어 상호간의 주장과 입장을 전달하는 차원에서 매듭되고 있었다. 말하자면 우호적인 대립관계였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상호 계속적인 접촉, 上書의 주장, 유배와 엄형이 아닌 성외 축출, 그리고 대원군의 국정 전반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점,76) 만인소가 奉疏되지 못했음에도 한 번으로 종결되었던 점77) 등은 영남유림의 대원군에 대한 배려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대원군은 스스로를 남인에 대한 정치적 후원자로 자처하고 있었고, 역모사건에서의 영남 관련 사실을 미봉하고 있었으며, 특히 만인소문제로 영남인을 아무도 처벌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78)
2. 대원군 奉還만인소(고종 12, 1875)
1) 고종의 親政과 정국의 동향
고종 10년(1873) 10월 25일 동부승지 최익현의 대원군의 집정 비판 상소를 계기로 고종은 친정을 결심하게 된다. 고종은 최익현의 상소를 가상히 받아들이고, 또 정직하다고 하여 호조참판에 임명하였다. 이로써 정국은 크게 동요하였다. 다음 날부터 時·原任大臣, 領敦寧 洪淳穆 등의 스스로 자책하는 箚子와 형조참의 安驥泳, 전 정언 許元拭의 최익현 규탄 상소, 호조판서 金世均 등의 연명소 등이 연이었다. 고종은 이들을 무마·견책하거나 유배(안기영, 허원식)하였다. 반대로 만동묘철폐, 호포, 원납 등 대원군 집권기의 정책에 대한 비판과 최익현을 옹호한 장령 洪時衡을 부수찬에 임명하고 그의 건의를 부분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친정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화하였다. 최익현 상소 이후의 신속하고도 확고한 결정과 조처는 사전에 반대원군세력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최익현의 상소에 대해 조정 관료들은 上疏와 箚子, 또 講論을 통해 계속해서 비판하였고, 성균관 유생들은 권당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와중인 11월 3일에 최익현의 2차상소가 있었다.79)
최익현은 홍시중에 이어 만동묘의 철폐, 서원훼철, 宗室의 양자, 남인 李玄逸·睦來善 등의 신원, 淸錢의 사용, 토목공사와 원납 등 대원군집권기에 추진된 대부분의 시책들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대원군을 나라의 정사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고, 임금이 직접 政事에 관한 지시와 조치를 강력하게 행할 것을 역설하였다.80) 고종은 최익현의 이러한 상소 내용에 일부 압력을 가하는 말들이 있다는 이유로 귀양을 보내지만, 이것은 대원군세력의 예봉을 미리 봉쇄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익현의 2차상소에 대한 조정관료들의 반발도 강력하였다. 강관 조병휘, 참찬관 김원성, 돈녕부 영사 홍순목, 좌의정 강로, 우의정 한계원 등이 또는 홍문관·사헌부·사간원 등에서 최익현의 처형을 거듭 주장하고 있었지만, 고종은 결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마침내 전·현임 대신들의 접견과 賓廳81)에서의 제의를 통해 마침내 최익현에 대한 추국이 실시될 수 있었다. 그러나 추국청과 대신들, 승정원 등에서 최익현의 처형을 거듭 건의하였지만, 고종은 제주도에 유배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82) 고종은 나아가 홍순목·강로·한계원 등을 파면하고, 이유원을 영의정(11월 13일), 박규수를 우의정(12월 2일), 이경하를 금위대장(12월 11일)에 임명하는 등 친정체제를 정비해 가고 있었다.
고종의 친정체제가 정비된 이후에도 대원군세력의 반격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것은 상소운동만이 아니었다. 12월 10일에는 경복궁에 대화재가 있었는데, 이는 궁성의 호위를 담당하는 삼군부 산하 각 군영의 방조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다.83) 상소운동 또한 최익현 규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었다. 즉, 부사과 朴遇鉉은 고종의 親父 대원군에 대한 효도를 비판함으로써,84) 고종의 친정 자체를 비판하였다. 고종은 박우현을 신지도에 종신토록 유배에 처하게 함으로써, 친정에 대한 자신의 강력한 의지를 재차 표명하였다. 이를 계기로 하여 정국은 반전되어 대원군과 최익현의 문제에서 대부분 박우현의 '흉악한 음모와 叛逆情狀'85)에 대한 비판으로 옮겨졌다. 마침내 박우현은 추국되어 흑산도에 위리안치되었다(12월 18일).
박우현의 상소에 대한 처리를 계기로 고종의 친정체제는 어느 정도 안정되고, 다음 해(고종 즉위 11년)부터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해 갔다. 즉, 淸錢의 통용을 폐지하고(1월 6일), 武衛所를 신설하여(7월 4일) 훈련도감·금위영·어영청의 군사를 소속케 하고, 萬東廟를 다시 세우고(7월 27일), 병인양요 후에 설치되었던 강화진무영을 폐지하고 內營을 설치(8월)하는 한편, 李最應·金炳國을 좌·우의정(10월 17일)으로 임명하여 친정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였다. 이것은 바로 대원군집권기에 취해진 조치들 대부분을 번복하는 것86)으로, 특히 무신과 軍營들을 중심으로 한 대원군세력의 또 다른 기반을 와해시키는 것이었다.87) 또한 각 지역에 암행어사를 파견하여 지방에 있는 대원군세력을 숙청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고종의 친정이란 단순히 대원군으로부터 정치적인 간섭을 받지 않고 정사에 임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원군의 집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대원군은 최익현의 상소 후 군국기무에 관해서는 언급 없이 여러 來訪客과 詩酒로 스스로를 달래거나, 鶴창衣를 입고 程子冠을 쓰고 隱流로서 자처하였다고 한다.88) 그러나 강화 진무영이 폐지되고 내영이 설치되자 大內에 들어가 불가함을 극언하고는 곧바로 德山 묘소를 거쳐 楊州 직곡으로 거처를 옮기었다.89) 특히 대원군의 양주 직곡으로의 이거는 다름 아닌 고종과 그 친위세력에 대한 시위였고, 자신의 추종세력에게는 반격의 명분을 제공해 준 것이었다. 따라서 이를 계기로 조야에서 또다시 대원군세력의 대대적인 반격이 전개되고 있었다. 10월에는 부사과 李彙林의 대원군 봉환을 요청하는 상소가 있었고,90) 11월에는 민승호 일가가 폭사하는 사건이 있었으며, 12월에는 副司直 孫永老의 상소가 있었다. 특히 손영로는 대원군의 봉환 요구와 함께 영의정 이유원을 탄핵하기까지 하였다.91) 이것은 고종의 정치에 대한 비판이었고, 안정되어 가던 고종의 친정체제에 큰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고종은 이휘림을 고금도에 유배하고, 손영로를 금갑도에 위리안치하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이최응과 김병국을 의정으로 임명하여 대원군세력의 공세를 봉쇄하고자 하였다. 영남의 유생들이 대원군 봉환만인소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쯤이었다.
2) 대원군 봉환만인소의 전개과정
대원군의 양주 직곡으로의 은거는 경향의 여론을 들끓게 하였다. 이에 따라 영남에서는 상소운동이 추진되고 있었다. 이러한 영남의 상소운동의 창론자는 溪上(퇴계의 후손을 지칭)이었고, 여기에 향응한 것은 河上(서애의 후손을 지칭)이었다92)고 한다. 계상의 이씨들은 만인소의 발론단계부터 대원군과 접촉하고 있었다. 즉, 思陵參奉 李中慶이 영남 儒疏事로 대원군을 만나 상의하였는데, 대원군은 이를 '大責'하였다고 한다. 대원군은 또 서울에 있는 溪上人에게 편지를 보내 다시 한 번 자신의 뜻을 전달하고 있다.93) 그러나 대원군 봉환만인소는 여전히 진행되었다.
대원군 봉환을 위한 상소를 논의하기 위한 도회가 10월 25일 안동 崇報堂에서 있었다. 이 도회에는 250여 명의 유생들이 모였는데, 대원군의 서원훼철과 戶布문제로 다소간의 논란이 있었지만,94) 유림의 상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대세를 이루었다. 이에 따라 소수로 상주의 鄭民采을 선출하고, 발행지와 발행일을 문경 유곡과 11월 20일로 결정하였다.95) 그러나 발행하기도 전에 疏首와 李章浩, 李中麟이 안동부에 구금되고, 유곡에 모인 소유들 또한 40여 명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상소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같이 보이었고, 또 일부에서는(인동 張義遠) 빨리 물러나자는 건의도 있었다. 그러나 柳道洙 등의 노력으로 다시 李中振을 소수로 뽑아 상경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러한 과정에는 당시 관직에서 물러나 있던 류후조의 역할이 일정하게 작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류도수를 비롯한 주위의 족친들에게 적극 동참할 것을 권하였다.96)
소유들은 혹한과 눈보라 속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12월 초 8일에 서울에 도착하였지만, 봉환 요청의 방법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였다. 일부는 소청에서 대원군에게 상서하여 대원군이 스스로 환궁하도록 하자는 것이었고, 다른 일부는 이 같은 방법으로는 봉환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므로 곧바로 상소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 가운데 대원군에게 다섯 차례나 상서하였지만, 대원군으로부터 배척당하고는 대원군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었다.97) 이 같은 상서운동은 영남유림이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대원군의 이거는 고종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었고, 따라서 재집권이라는 명분 없이는 환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대원군은 영남유림의 만인소 등을 통해 고종을 압박하길 바랐을 것임이 분명하다.
아무튼 대원군이 스스로 환차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소수 이중진은 辭單을 제출98)하고 낙향하는 등 많은 유생들이 흩어졌다. 이 같은 상서운동은 소수와 姜桂馨·張義遠(인동) 등이 주로 주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후 주저하다가 일을 그르친 것으로 비판받았고,99) 또 영남이 세상에 웃음거리만을 만든 것으로 치부되었다. 아무튼 1874년 겨울이 지나서도 봉환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서울에 머무르고 있던 소유들과 뒤이어 도착한 유생들이 다시 류도수를 소수로 천거하여 상소운동을 전개하였다.100) 이후 만인소의 전개과정은 아래와 같다.
2월 2일 영남유생들은 성균관에 모여 상소할 것을 결정하고, 柳道洙를 소수로 선출하였다. 이를 전후하여 都事 李純榮101)과 소론인 護軍 徐奭輔가 대원군의 봉환을 상소하였다가 모두 나포되고, 이를 담당한 承旨와 書吏까지 귀양가기에 이르렀다. 기호의 사림들 또한 여러 번 통문을 돌려 남문 밖에 모인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었다. 또 태학에서도 伏閤하자는 공론이 제기되어 10일에 실행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掌議 洪承烈의 방해로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였다. 홍승렬은 남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지탄을 받았다. 10일에는 鄕里와 조정의 고관 등 40여 명이 소청을 찾아와 격려하였다. 12일에는 서인인 성주의 鄭海永, 칠곡 張曦煥이 찾아와 함께 일할 것을 청하였고, 13일에는 도청의 장소를 정하고, 또 都廳으로 鄭南容·朴璿鉉·洪鍾善(순흥)·朴箕瑀을 뽑았다. 이 날 지켜야 할 절목을 정하였는데, 時到記에 등재된 유생으로서 핑계를 대고 빨리 돌아가는 자에게는 벌을 가하기로 하였다. 14일에는 疏에 필요한 종이 200장을 50緡에 사와서 명첩을 만들었고, 만인소에 호응하는 성주의 통문이 도착하였다. 이 날 이후 영남 각지의 인사들이 소청에 도착하였는데, 승지 李源珪는 이번 거사에 사림의 대의가 담겨 있다는 뜻으로 서신을 보내어 격려하기도 하였다. 20일에는 소수가 처음으로 소청이 차려진 성균관에 나와 상읍례를 행하고, 다시 두 조목의 절목을 마련하였다. 그 하나는 상소에 관한 일이 아니면 일절 출입을 금한다는 것이었다. 이 날 참지 張時杓가 "소유들이 만약 복합한다면 도리어 대원위에게 해가 있을 것"이라고 한 좌의정 이최응의 말을 전하면서 상소를 방해하고자 하였다. 이후 다양한 통로를 통하여 소유에 대한 협박과 회유가 행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즉, 성균관 장의로 영남 소유와 성균관 유생들의 복합을 방해하였던 남인 홍승렬이 西部都事가 되었고, 많은 유생들이 時到記에 등재하였다가 일제히 지우고 고쳐 버리는 자가 속출하였다. 이것은 권세가에 미움을 받아 과거에 불리할까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었다.102)
방해와 회유에도 불구하고 복합을 위한 준비는 계속되어, 25일에는 소문과 명첩을 써서 궤 속에 봉안하고 복합할 날을 28일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28일에 비가 오는 까닭에 연기되었다가 소청의 財用문제, 왕비의 産室설치 등의 문제로 몇 차례 날자가 조정되어 마침내 3월 3일로 결정되었다. 이후에도 상소에 대한 방해가 계속되었는데, 29일에는 인동 출신 장형택이 상소를 논박하는 통문이 있었고, 3월 1일 밤에는 어떤 이가 찾아와 소수에게 "南間獄의 두 죄인에 대한 국문이 일간에 있다고 하니 만약 영남유생들이 복합한다면 말할 수 없는 화를 당할 것이므로 신중할" 것을 요구하였다. 또 복합하는 전날 밤에는 궐문 밖의 통행이 금지된 4경에 참지 장시표가 다시 찾아와 "지금 산실을 설치하는데 유생들이 복합한다는 것은 도리어 어긋나며, 만약 상소한다면 큰 화가 닥칠 것"임을 경고하는 좌의정 이최응의 말을 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협박에도 불구하고 소유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3월 2일 이 날에도 많은 인사들이 찾아왔다.103) 오후에 소유들은 마침내 소수와 함께 돈화문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이 때 소수는 푸른 옷에 푸른 띠로 뚜껑 있는 가마를 탔으며 여러 유생과 각향 각지의 고관들 수백 명이 뒤를 따랐다. 박석현을 넘어서 홍화문을 지날 때는 좌우연변에서 이를 구경하기 위한 인파가 운집하였는데, 영남선비들의 기개를 감탄해 마지않았다고 한다. 마침내 雲臺 直房에 舍館을 정하였으나 직방 관원과 주인 모두가 퇴청하여 버렸다. 그래서 성균관 首僕에게 명하여 주인을 잡아오게 하고, 또 鐘樓의 전인들에게 發牌하여 방석 3백 닢을 복합시까지 준비토록 하였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소유들을 관 가까이에 머물게 하였다.
3월 3일 마침내 돈화문 밖에 나아가 복합하였는데 이 때 참여한 인원은 77명이었다. 이에 승정원의 서리가 疏草와 謹悉을 요구하였으나 만인소는 근실없이 궐문에서 바로 소를 올리려는 것이므로 전례가 없음을 들어 거부하였다. 이러한 요구와 거부가 두세 번 반복되는 동안 소유들 내부에 소초제출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였다. 즉, 한 편에서는 이번 거사는 중대한 일이니 정원에서 소초를 보지 않으면 봉입할 수 없을 것이니 제출하자는 것이었고, 다른 한 편에서는 유림의 일이니 정당한 도리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에도 복합은 계속되었는데, "무고히 출입하는 유생들은 영남사람으로서 동참하지 않고 피하는 자로 규정하여 벌을 가하기로 결정"하여 소유들에게 회람시켜 단속하기도 하였다. 이 날에도 각지의 여러 인사들과 관리들이 복합에 참여하거나 내방하였다.104) 이 날 복합한 유생은 88명이었다.
3월 5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100여 명의 유생이 궐문 밖에 부복하였으며, 이 때 경기유생 20여 명도 함께 참여하였고, 또 평안도 유생 17인도 다음 날부터 동참하기로 하였다. 이 날 저녁에 이르러 봉소가 허락되었으나, 소수 柳道洙, 제소 李學洙, 도청 徐承烈·李相喆105)을 형조에서 일차로 엄형에 처한 후 먼 곳으로 정배하라는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형조판서 양헌수의 청으로 엄형 없이 길주·갑산 등지로 정배되게 되었다. 정배가 결정되자 많은 인사들이 위문차 내방하였다.
대부분의 영남만인소가 그러하듯이 봉환만인소 또한 이후 몇 차에 걸쳐 계속 추진되고 있었다. 2차 만인소는 1차 소수인 류도수 등이 유배를 떠난 후(17일)에 거론되어, 다음 날부터 복합에 임하기로 하고 다시 전일의 소수였던 이중진을 소수로 추대하여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이를 주도하였던 8명에 대해 유배처분이 내려짐으로써 2차 만인소는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3차는 복합에까지 이르렀으나 형리들에 의해 城外로 축출되었다.106) 그러나 봉환운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확대되어 갔다. 영남의 유생만이 아니라 湖儒·關儒·海儒가 가담하였고, 또 小北人 150여 명이 참여함으로써 마침내 5도의 유생 천여 명이 복합에 들어갔다. 이후 전라도, 함경도 유생들도 참여하였다.
전국 유생들의 복합과 함께 여론 또한 크게 변화하고 있었다. 최익현의 상소 초기에는 '崔忠臣 崔忠臣' 하던 서울의 인민들이 도리어 대원군의 봉환을 바라고 있었다. 이렇듯 中外의 여론이 흉흉하자 고종은 복합을 금지시키고 어기는 자는 극률로 다스릴 것임을 전교하였다.107) 그러나 이후 6월 18일에도 4도 疏儒들이 광화문 밖에서 복합하자, 고종은 소수들을 南間獄에 하옥하고, 22일에 처참할 것을 下敎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였다. 이러한 하교는 이후 환수와 거행이 반복되는 가운데,108) 22일에 이르러 대원군이 비를 무릅쓰고 스스로 還次함으로써 소수들을 가까스로 처형에서 구할 수 있었다.109) 4도 소수는 이후 원악도에 圍籬安置되었다.110) 이러한 사정을 『매천야록』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최익현이 상소한 후……甲戌年(고종 11) 봄에 대원군은 운현궁에서 나와 양주 직동으로 가서 머물렀다. 이에 민승호가 當國하였는데, 남인으로 淸班에 있던 자는 모두 쫓겨났다. 어사를 파견하여 南北人과 운현궁의 賓客으로 수령이 된 자도 거의 파면하였다. 이로써 남인은 더욱 쇠퇴해져 마치 어머니를 잃은 것 같았다. 관학의 선비들과 외방의 팔도유생들이 복합을 계속해서 원통함을 호소했으나 모두 엄히 물리쳤다. 7월에 이르러서 영남의 柳道奭(柳道洙의 착오：필자)과 호남의 曺秉萬 등이 만인소를 내자 고종이 크게 노하여 두 사람을 포청에 가두고 장차 죽이려 하였다. 대원군이 직동에서 곧바로 궁궐에 이르러 말하기를 심히 激切히 하여 장차 스스로 결단할 것 같이 하였다. 고종이 부득이 모두 蕩釋을 행하고, 승정원에 명해서 대원군과 관련된 상소는 捧入하지 말도록 하였다. 이에 송원자가 끊어졌다.111)
위의 내용은 구체적인 사실에 있어서나, 일의 선후에 있어서 많은 착오가 있지만, 대원군과 남인과의 관계, 대원군의 환궁을 둘러싼 정치적인 대립을 잘 보여준다. 이렇듯 대원군의 봉환문제는 다름 아닌 대원군과 고종, 또는 대원군세력과 고종 친정세력 간의 정치적인 힘의 대결이었고, 대원군의 이러한 還宮은 곧 고종과 그 친정세력의 일방적인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여기에 후속되는 일은 당연히 대원군파 또는 남인에 대한 탄압일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마침내 7월 8일 전장령 申泰觀은 조정의 관리와 유생들의 대원군 봉환상소를 義理에 가탁하여 護黨成勢하는 행위로 단정하고, 그리고 대원군의 봉환이 소유들의 공로라는 말들112)에 대하여 극력 비판하면서 이들의 영수인 판금오당상 李承輔113)를 원악도에 유배할 것을 상소하였다.114) 신태관은 이로써 부교리에 제수되었다. 그는 영남인으로 當路者의 사주를 받아 상소한 것으로, 상소의 내용은 바로 고종과 친정세력들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를 계기로 대원군세력에 대한 숙청이 시작된다. 이 즈음에 蔡東述, 權鼎鎬 등 친대원군계 인사들에게 密旨가 전해지는데, 그것은 형식상 특정 지역으로 이들을 어사로 특파하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무기한 流配하는 것이었다.115) 이후에도 대원군 봉환상소시의 4도 소수를 처형하라는 군부의 명령을 거행하지 않고 도리어 전교를 환수하게 한 이승보에 대한 탄핵과 4도 소수들이 定配될 때 倍道하라는 하교가 있었음에도 중도에서 逍遙하였음을 규탄하는 상소가 있었다.116)
아무튼 대원군의 하야와 은거, 다른 한편에서는 고종 친정체제의 성립을 둘러싸고 전개된 고종과 대원군세력의 정치적 대립은 거의 2년 여에 걸친 것이었다. 대원군 봉환운동은 다름 아닌 대원군 복권운동이었고, 영남유림의 만인소는 이것의 핵심이었다. 물론 이를 주도한 것은 영남유림이었지만, 여기에는 경남 또는 재경 남인관료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가 뒤따르고 있었다. 말하자면 대원군세력의 고종친정세력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의 제1성인 셈이었다. 그러나 지속성과 그 규모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고종친정세력의 승리로 끝났다. 이것은 대원군세력이 조직화되지 못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당시의 척족세력의 강고함을 보여준다. 또한 중앙과 지방의 분리가 심화된 상황에서 더 이상 지방 정치세력의 힘에 의해 국정이 좌우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였다.
3. 斥邪 만인소와 安驥泳 사건(고종 16, 1881)
고종은 친정과 더불어 개화정책을 적극 추진하였다. 이러한 개화정책은 또 다른 차원에서 대원군세력 또는 영남유림과의 대립을 불가피하게 하였다. 이러한 개화정책에 있어서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본과의 국교정상화였다. 개화파는 倭洋을 분리하여 사대교린관계 속에서 일본과의 국교를 정상화한다는 입장이었다. 개화파의 이러한 주관적인 생각은 일본의 무력시위에 의해 곧 좌절되고 말았지만, 아무튼 개화파의 주도하에 일본과의 개항은 마침내 이루어졌다.
대원군집권하에서 두 번의 洋擾를 거치면서 강화된 '斥和'의 분위기는 개항과 더불어 더욱 고조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곧 집단적인 상소운동으로 전개되었다. 이 때의 상소운동을 주도하고 있었던 것은 金平默을 중심으로 한 李恒老의 제자들, 즉 재야의 노론이었다.117) 이들은 개화파의 논리와는 달리 '倭洋一體論'을 주장하면서 개항을 반대하였다. 재야 노론의 상소운동은 물론 일본과의 통교 반대와 이를 추진하던 정부당국, 특히 집권노론세력을 비판하고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통교를 안으로부터 내응하고 있다고 판단된 남인들에 대한 반대와 견제이기도 하였다. 내응세력으로서의 남인에 대한 의혹은 재야의 노론에 의해 일찍부터 제기되어 오던 것이었지만, 개항하게 되면 노론은 일망타진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강하게 나타내었다. 즉, '뜻을 잃은 不逞輩'118)인 남인에 의해 찬탈의 변이 일어나 조정이 換局으로 변하여 노론은 일망타진, 섬멸될 것이며, 이이·송시열 같은 모든 현인들도 시호와 작위가 깎여 문묘에서 팽개쳐질 것이고, 윤휴의 귀신이 대종사가 되면서 정자·주자의 설은 공공연히 외우는 자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이런 점에서 김평묵은 "강화가 이루어진 후에 만일 남인 一帶가 私親(대원군)을 끼고서 창을 매고 죄를 성토하는 거사를 일으킨다면 어떠한 지경에 이를지 알지 못하겠다"119)고 하였다. 그래서 이러한 상소운동은 "서인을 일망타진의 위기에서 구하는 일"이라고도 하였다. 그리고 강화를 주장하는 서인 당국자에게 "남인으로 하여금 엿보게 하여 구실을 주니 무슨 까닭인가"120)라고 반문하기까지 하였다.121)
개항 이후 대원군과 남인의 결합에 대한 우려는 정부내 개화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고종의 친정 후, 특히 개항 후 보다 적극적인 개화정책을 추진할 수 없었던 것은 정부 내에 여전히 팽배한 척화론자들과 대원군의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122) 사실 개항은 대원군과 남인의 입장에서도 고종친정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좋은 계기였다. 그러나 개항을 전후한 시기, 또는 재야노론의 상소운동에도 불구하고 영남유림, 또는 남인들의 움직임은 별로 없었다.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아마도 대원군의 봉환만인소가 막 끝난 상태에서 여기에 적극 대응할 만한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한 편에서는 왜양을 분리하고 있었던 개화파의 논리를 수용하고 있었거나, 아니면 척사운동의 주도권을 노론이 장악하고 있었다는 점과 이들이 남인을 내응세력으로 규정하여 견제하고 있는 입장에서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개항에 대한 영남유림의 집단적인 행동은 없었다.123)
영남유림이 적극적이고 집단적인 척사운동을 전개하게 되는 계기는 1880년 수신사 金弘集이 가져온 황준헌의 『朝鮮策略』이 고종에 의해 전국에 유포되고, 그 내용이 조정에서 지지를 받자 병인양요 이래의 영남유생들의 척사의식이 일시에 표출되고 있었다.124) 척사만인소는 1880년 11월에 접어들면서 안동과 영주 등지에서 복합을 위한 척사통문이 나돌면서부터 시작되었고, 11월 26일 안동향교에서 도회를 열어 이만손을 소수로 추대하고, 爬任을 정함으로써 마침내 본격화되었다. 이것은 소수인 李晩孫, 영주의 金錫奎, 안동의 金祖永과 金鎭淳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좌도의 이 같은 움직임과 함께 우도에서는 12월 15일에 개령향교에서 모임을 갖고 유소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를 주도하였던 인물은 黃蘭善·李震相 등이었다. 이들은 이에 앞서 개별적으로 척사통문을 발송하기도 하였다.
경상좌우도에서 모임을 가진 소유들은 1881년 정월 20일경부터 만인소의 도회소인 상주의 산양에 모여 제출된 수십 통의 소초를 검토하여 소론인 姜晉奎의 척사소를 채택하였다.125) 2월 4일에는 산양 도회소를 출발하여, 17일에는 300여 명이 한강을 건너 남대문 밖에 머물렀다가 다음 날 곧바로 복합상소에 들어갔다. 이후 점차 성균관 유생들과 뒤이어 도착한 소유들이 참여함으로써 소유는 400여 명에 다다르게 되었다. 26일에는 마침내 봉소하게 되었으나 만인소의 요구는 고종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소수와 소유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것은 김홍집과 함께 민씨척족과 이최응을 강력히 비판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던 원래의 상소 내용이 당국자와의 타협을 통해 김홍집만을 비판하는 것으로 수정되었기 때문이다.126)
그러나 서울에 남아 있던 소유들은 이후에도 상소활동을 계속하였다. 2차 상소에는 金祖永이, 3차 상소에는 김석규가 소수로 추대되어 활동하다가, 안변부와 덕천으로 유배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1차 만인소의 초본이 유통됨으로써 이만손과 강진규가 의금부에서 추국을 받고 신지도와 녹도에 각기 유배되었고, 노론의 영수인 김평묵이 영남소청에 편지를 보내 격려하기도 하였다. 이후 4차 상소가 전개되는 가운데, 영남 이외의 지역에서도 상소운동이 전개되면서 연대투쟁이 모색되기도 하였다. 충청도 출신 洪時中과 黃載顯이 상소를 올렸으며, 이천의 유생이 복합에 참여하기를 희망하였고, 기호 소유들은 영남소청을 방문하여 서로 교유하였으며, 충청도 유생 300여 명이 영남유생과 함께 상소운동을 전개하였다. 이후에도 각지 유생들의 상소운동은 계속되었다. 영남만인소에 촉발된 전국적인 상소운동은 결국 5월 15일 조정으로 하여금 斥邪綸音을 발표하게 하였다.
영남에서 만인소가 추진되고 있는 동안 조정의 집권세력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협박과 회유를 병행하고 있었다. 즉, 당시 남인으로 영중추부사였던 한계원은 지면 있는 영남인사들에게 편지를 보내어 협박하기도 하였고,127) 李晩由는 승지로 발탁되기도 하였다.128) 또한 도소에는 익명서가 나붙거나, 경주의 孫羽永·孫喆永이 영주군수 孫海震의 지시로 防疏文을 작성하여 유소를 저지·비방하기도 하였다.129)
경주에서 나돈 방소문은 아마 영남의 노론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130) 여기에는 양동 이씨들의 이름도 다수 등재되었다. 양동 이씨들은 방소에서 그들의 이름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2월 7일에 李在泓 등의 이름으로 소청에 편지를 보내 이러한 사실을 적극 해명하고 있다.131)
근일의 우리 고을에는 일마다 우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번 소유들이 裝校하는 날에 졸연히 牌旨를 투입하는 일이 벌어져 마침내 대사에 임해서 낭패됨이 극심하였다. 그리고 또 防疏 한 통이 소청의 會中에 투입되었다고 하니, 이들을 가히 士類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 방소에는 우리 집의 이름들이 그 가운데 冒錄되어 있다고 하니 어찌 가히 잠시라도 참을 수 있겠는가.132)
양동의 이씨들은 소청에 나가 있는 李在熺에게 누구누구의 이름이 들어 있는지를 파악하게 하고, 그리고 경주향교에 투입되었던 牌旨를 아울러 보내어 방소는 양동 이씨와는 무관함을 소청의 제유들에게 밝혀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편지가 산양 도회소에 도착했을 때는 소유들이 이미 서울로 출발한 뒤여서 전달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재차 사람을 서울로 보내어 해명하고 있었다.133)
척사운동이 각 도로 확산되면서 그 내용상에 있어서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즉, 영남유생들의 만인소가 위정척사론의 입장에서 『조선책략』을 공박한 것이라면, 3월 하순 이후부터는 이뿐 아니라 일본과의 강화와 개화자강정책까지도 반대하는 것이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유소에 대해 그 疏首들에게 엄형과 회유를 병행하기도 하였고, 급기야는 5월에 들어서 斥邪綸音을 통해 유생들과 일정한 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로써 척사운동은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척사상소는 계속되어 급기야 충청·전라·강원·경기 4도 유생들이 복합하기에 이르렀다. 이 중 강원도 유생 洪在鶴의 상소는 국왕이 등극 후 한 번도 위정척사의 政令을 편 적이 없음과 국왕의 척사는 여러 사람의 입을 막고 눈을 가리는 문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 하여 고종의 傳敎와 綸音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기까지 하였다.134)
유생들의 이 같은 척사운동은 일찍이 대원군이 단행한 척사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었다. 또한 이것은 고종의 친정을 비판하고 대원군의 복권을 은연중에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유생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대원군파를 크게 고무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척사운동도 고종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것은 척사운동뿐만 아니라 대원군 봉환운동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였고, 또 이 같은 방법으로는 대원군의 복권이 불가능함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을 것이다.
대원군파는 이제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하였다. 李載先事件 또는 安驥泳事件으로 불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135) 즉, 안기영 등은 영남만인소의 소유와 연락을 취하면서 유생들의 척사운동을 주시하면서 점차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되어 가자 보다 적극적인 실력에 의한 斥倭(伐倭)를 위한 거사준비를 하였다. 이들은 8월 21일로 거사날을 잡았으나, 준비의 소홀로 중지되었다가 다시 거사를 준비하였지만, 고변으로 발각되고 말았다. 역모사건으로서의 안기영사건은, 고종의 집요한 추적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추상적일 뿐 구체성을 가지지 못하였다. 이것은 고종과 척족세력에 의해 과장·확대된 것이거나, 아니면 준비과정에서의 대원군 세력의 조급성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이 사건은 남인인 韓啓源이 委官이 되어 황당무계한 역모사건으로 주모자를 처벌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으나, 고종의 강력한 거부와 한계원이 탄핵되면서 더욱 확대되어 많은 연루자들이 체포되거나 혹형을 당하였다. 이 때 연루된 사람들은 대부분 남인이었다.136) 안기영사건으로 연루자들이 처형되거나 원지정배되었음은 물론이고, 한계원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대원군의 실세 후에도 조정에 남아 있던 남인들까지도 철저히 제거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대원군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인 셈이었다.137) 이러한 사정에서 이 사건은 왕비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하였다.138) 이로써 영남유림의 척사운동도 사실상 종결되게 되었다.
안기영사건 이후 척사운동이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은 영남만인소가 대원군과 관련된 정치적인 동기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물론 척사가 역모로까지 비화됨으로써 유림이 크게 위축된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척사운동을 통해 구현할 정치세력의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대원군의 북권운동이라는 점에서 안기영사건은 영남유림의 대원군 봉환만인소, 척사만인소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다만, 복권을 위한 방법상에 있어서 만인소가 지방유생들의 여론에 의존한 것이라면, 안기영사건은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물리력에 의존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들 운동은 지향하는 바가 동일하였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인적 관계에 있어서도 상호 연관성을 추적해 볼 수 있다.
안기영사건의 중심인물이었던 권정호, 채동술과 여기에 연루된 류도석 등이 대부분 남인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앞에서 언급하였다. 이들은 대원군 봉환만인소를 주도했던 류도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139) 류도수는 권정호가 사사되자 유배지 길주에서 輓詞를 지어 애도하기도 하였고, 낙파 류후조의 손자인 柳道奭과는 혈연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父祖 등 3대에 걸쳐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140) 채동술은 정조대의 領相이며 京南으로서 영남남인의 후견인 역할을 하였던 樊巖 蔡濟恭의 손자로 영남의 남인과는 世誼가 두터웠다.141) 姜達善은 영남유소에 참여했던 소유로, 伏閤할 당시에 이재선의 집을 자주 출입하였다. 안기영, 채동술, 권정호 등은 당시 대부분의 남인계 관료들이 그러하였듯이 대원군 봉환만인소와 척사만인소 시에 소청에 자주 출입하면서, 疏費의 일부를 부조하거나 격려하였고, 또 류도수 등이 刑曹에 구금되고 유배되자 위문하거나 餞別詩를 나누기도 하였다.142)
아무튼 척사만인소와 안기영사건은 대원군 봉환만인소와 마찬가지로 대원군의 재집권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자가 영남의 유림 또는 嶺南에 의한 소극적인 운동이었다면, 후자는 주로 京南이 중심이 된 보다 적극적인 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초기 대원군세력의 상층부가 노론 일부와 조대비파, 상대적 개혁파, 그리고 남인??북인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면, 이들 가운데 끝까지 대원군세력으로 존재하였던 것은 남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남인을 제외한 이들은 사실상 향촌사회와는 단절된 在京세력으로 세도권력의 일부였거나 실무형 관료였다는 점에서 쉽게 고종의 친정세력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비해 남인들은 오랫동안 廢錮되었다가 대원군의 등장과 더불어 크게 진출하였고, 특히 영남은 서울의 문벌가문과는 결합될 수 없는 향촌을 토대로 한 재야세력이었고, 경남은 이들 영남을 토대로 성장하였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143) 이러한 사정에서 대원군의 하야와 더불어 남인세력은 크게 위축되고, 또 숙청의 주된 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실세한 남인들은 대원군의 재집권을 통해 다시 중앙정계에 참여하기를 희망하였던 것이다.144)
4. 만인소의 疏儒와 疏資
만인소는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 만인소는 준비단계에서 상경 봉소하기까지 수십 일이 걸리었고, 특히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그들의 주장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엔 3∼4차에 걸쳐, 수개월 간 지속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소수들이 유배되기 마련이었다.
이러한 만인소는 대체로 疏首와 각 직임을 맡은 疏任에 의해 추진되었다. 이들은 陪疏上京하는 陪疏人과 더불어 대체로 疏儒라고 불린다. 그리고 단순히 名帖만을 제출한 參疏人이 있다.145) 만인소란 이들 참소인들이 만여 명인 유소를 말한다. 명첩은 各邑·各門, 또는 서원과 향교를 단위로 하여 작성되었는데,146) 이러한 명첩을 기준하고 각 읍의 규모나 세를 고려하여 소청에서 임의로 소유를 배정하게 된다. 그러나 배정된 인원이 곧 上京伏閤하는 데 참여하였던 것은 아니었다.
이제 19세기 후반 만인소 시에 참여한 소유들의 지역적 분포를 보면 다음 <표 2>와 같다.
지역별로 보면 서원만인소(서원훼철 반대만인소)와 봉환만인소가 각기 23개 지역에 참여인원이 113명과 106명에 불과한 데 비해 척사만인소에는 무려 59개 지역에 260명이 참여하여 가히 전 영남이 참여하였다 할 수 있다. 이것은 서원문제나 대원군 봉환문제보다 민족적인 위기의식이 보
<표 2> 소유의 지역적 분포
|
지 역 |
안동 |
상주 |
예안 |
영주 |
경주 |
의성 |
성주 |
용궁 |
예천 |
영양 |
현풍 |
영천 |
함창 |
문경 |
금산 |
|
|
書院만인소 |
35 |
21 |
7 |
3 |
5 |
6 |
2 |
|
3 |
1 |
|
4 |
1 |
1 |
|
|
|
奉還만인소 |
12 |
16 |
16 |
6 |
5 |
1 |
3 |
2 |
3 |
3 |
2 |
|
|
1 |
|
|
|
斥邪만인소 |
40 |
24 |
18 |
20 |
5 |
13 |
8 |
12 |
6 |
5 |
5 |
4 |
4 |
4 |
4 |
|
|
邑儒生규모 |
50 |
30 |
10 |
7 |
20 |
7 |
10 |
2 |
7 |
3 |
5 |
10 |
2 |
2 |
2 |
|
|
지 역 |
진보 |
함양 |
의흥 |
진주 |
영산 |
창원 |
밀양 |
군위 |
김해 |
남해 |
장기 |
영해 |
선산 |
풍기 |
칠원 |
|
|
書院만인소 |
2 |
|
|
2 |
|
2 |
1 |
|
|
|
|
|
1 |
2 |
|
|
|
奉還만인소 |
|
|
|
1 |
|
|
|
1 |
|
|
|
1 |
2 |
1 |
|
|
|
斥邪만인소 |
4 |
4 |
3 |
3 |
3 |
3 |
3 |
3 |
3 |
3 |
3 |
2 |
2 |
2 |
2 |
|
|
邑儒生규모 |
2 |
3 |
|
50 |
3 |
3 |
5 |
3 |
3 |
|
1 |
4 |
7 |
3 |
|
|
|
지 역 |
순흥 |
청송 |
고령 |
울산 |
단성 |
봉화 |
칠곡 |
양산 |
함안 |
곤양 |
인동 |
초계 |
의령 |
창령 |
청하 |
|
|
書院만인소 |
|
2 |
|
1 |
|
|
|
|
|
|
2 |
|
|
|
|
|
|
奉還만인소 |
2 |
|
|
|
|
|
7 |
|
1 |
|
11 |
|
|
1 |
|
|
|
斥邪만인소 |
2 |
2 |
2 |
2 |
2 |
2 |
2 |
2 |
1 |
1 |
1 |
1 |
1 |
1 |
1 |
|
|
邑儒生규모 |
10 |
4 |
3 |
3 |
3 |
3 |
3 |
2 |
2 |
2 |
7 |
1 |
3 |
5 |
1 |
|
|
지 역 |
언양 |
자인 |
고성 |
하동 |
연일 |
영덕 |
협천 |
지례 |
신령 |
안의 |
삼가 |
하양 |
대구 |
거창 |
산청 |
합계 |
|
書院만인소 |
|
|
|
|
|
|
|
|
|
|
|
2 |
|
|
1 |
23/113 |
|
奉還만인소 |
|
|
|
|
|
|
|
|
|
|
|
|
8 |
|
|
23/105 |
|
斥邪만인소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
|
59/260 |
|
邑儒生규모 |
1 |
2 |
3 |
|
1 |
2 |
5 |
2 |
3 |
2 |
3 |
3 |
10 |
3 |
1 |
63/365 |
1) 서원만인소(서원훼철 반대만인소)는 「소행일록」의 '同苦錄'에 수록된 인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2) 봉환만인소는 「선공일기」에 수록된 '鄕參'人이다. 이들은 초기 상서단계에 참여했던 유생들이다. 또 居京儒生들로서 72명의 명단이 있으나, 여기서는 제외하였다.
3) 척사만인소는 「위정척사소초」에 등재된 '소임'이다.
4) 읍 유생 규모는 서원만인소 시에 도회에서 경상도 63개 읍에 각기 疏儒를 배정한 수이다. 원래 배정된 읍은 63개 읍(하동·거제·남해·진해·동래·웅천·칠원·의흥 8읍은 제외되었다)이었고 그 인원수는 365명이었으나, 위의 표는 세 차례의 만인소에 소유를 낸 경우만을 정리한 것이다.
다 큰 명분을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원문제는 훼철이 몇 단계로 나누어져 진행됨으로써 이미 훼철되었던 미사액서원들의 복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짐에 따라, 그리고 훼철의 대상에서 빠진 사액서원 관련 지역과 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기 때문이다.147) 여기에 대원군의 회유와 탄압이 여러 경로를 통해서 영남에 전달되고 있었다. 또 대원군의 봉환문제는 사실상 서원훼철과 戶布실시로 영남유림의 반대원군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별 지역으로 나누어 볼 때, 주로 안동·상주권이 중심이 되었고 진주권의 참여가 적었다. 말하자면 19세기 후반 영남만인소는 주로 경상좌도와 남인들에 의해 주도되었던 반면에 우도와 북인들의 참여는 극히 한정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척사만인소에 더 많은 참여자를 배출하고 있으나, 칠곡·대구·인동 등지에서는 봉환만인소에 더 적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예안도 여기에 포함하여도 좋을 것이다. 이것은 대원군집권기 이들 지역 출신들의 중앙정계로의 진출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안동의 경우에는 봉환만인소에의 참여가 서원훼철 반대만인소와 척사만인소에 비해서도, 그리고 상주나 예안에 비해서도 훨씬 적은 인원이 참여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조선후기 이래 영남유림의 활동을 항상 주도해 오고 있었던 안동에서 특히 봉환만인소에의 참여가 저조하였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것은 만인소에 참여한 지역과 성씨를 함께 검토할 때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봉환만인소에는 예안의 진성이씨 10명, 상주와 안동의 풍산류씨 7명, 칠곡의 광주이씨 4명, 진주강씨 4명, 인동장씨 3명, 청주정씨 3명, 연안이씨 3명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진성이씨와 하회의 풍산류씨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주로 '江右之人'이었다.148) 이것은 서원만인소에 상주[愚川]와 안동[河回]의 풍산류씨들과 칠곡[梅園]의 광주이씨들이 소극적이거나 전혀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과 대조된다. 이와 관련하여 진성이씨들(퇴계의 후손)의 경우는 조선후기 대부분의 만인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음에서 여전히 영남을 대표하는 가문으로 존재하고 있었고, 또 대원군집권하에서도 다수의 인사들이 관료로서 활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149)
풍산류씨(서애 류성룡의 후손)의 경우에는 류후조가 대원군집정하에서 좌·우상을 역임하였고, 서애를 배향하는 병산서원이 훼철되지 않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봉환만인소 당시 류후조는 사직하여 상주에 낙향해 있었는데, 그는 대원군 봉환만인소에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었다. 류도수가 소수가 되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풍산류씨와 대립적인 위치에 있었던 안동의 의성김씨(학봉 김성일 후손)와 벌족인 안동권씨의 경우는 봉환상소에 아주 소극적이었거나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150) 특히 학봉의 후손들이 대원군 봉환만인소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병산서원과는 달리 호계서원이 훼철되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151) 또한 대원군집권하에서 많은 영남의 인사들이 淸宦에 오르고 있었지만, 의성김씨나 호유계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서원만인소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것은 '江左諸儒'였지만,152) 봉환만인소를 주관하고 있었던 것은 '江右之人'이었다.153) 이러한 사정에서 봉환만인소가 전개되는 동안 소청에서는 전연 불참하고 있는 大門中에 대한 討罰을 논의하고 있었다.
李章浩 등이 "금번의 상소는 全嶺南의 大義인데, 大門中에서 전연 불참한 가문에 대해 그 죄를 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언사가 매우 격렬하였다. ……나는(이현섭) "지금 통문을 내려는 것은 옳지 않다. 또 저쪽[此邊]에서 이미 義를 논의하여 주장함이 있는데, 반드시 우리 쪽[彼邊]의 일에 상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고 하였다.154)
그런데 위의 자료에서 義에 대한 상호간의 입장 차이를 인정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따라서 불참은 개별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이쪽·저쪽으로 구별되는 집단적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강좌·강우는 지역적인 의미보다는 바로 屛虎 간의 구별을 말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은 고종 14년(1877) 서원 복설을 청하는 상소가 虎儒를 중심으로 전개되자 屛儒들은 연기를 명분으로 논쟁하다가 도회를 이탈하였을 뿐만 아니라 '屛山牌'니, '虎溪牌'니 하는 익명서가 서울에서 나돌아 疏儒를 攻斥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던 것에서도 확인된다.155)
만인소의 疏員은 대체로 당론과 문벌을 떠나 규합하고자 했으나 역시 각 문중과 당색을 전부 아우르지는 못하였다. 민족적인 위기의식 속에서 진행된 척사만인소의 경우에도 노론의 참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보인다.156) 그러나 척사만인소뿐만 아니라 봉환만인소에서도 영남의 노론과는 달리 타지역의 노론, 소북인, 서인 등이 영남만인소에 참여하거나 공동으로 복합하고 있었다. 이것은 중앙과 지방, 중앙의 벌열가문과 지방의 향촌세력의 분화가 심화됨으로써 사실상 재야세력 상호간의 당색이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157)
이제 만인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갔던 소임을 살펴보기로 한다.
<표 3> 소임별 분포
|
구 분 |
掌議 |
疏色 |
制疏 |
擇疏 |
寫疏 |
陪疏 |
管行 |
都廳 |
直日 |
治疏 |
鄕都廳 |
侍行 |
합 계 |
|
書院만인소 |
10 |
13 |
|
|
7 |
19 |
9 |
5 |
35 |
11 |
3 |
4 |
113 |
|
斥邪만인소 |
16 |
26 |
19 |
12 |
86 |
32 |
34 |
5 |
32 |
曺司 |
公事員 |
會員 |
263 |
|
奉還만인소 |
6 |
6 |
12 |
10 |
9 |
11 |
7 |
4 |
10 |
4 |
4 |
22 |
105 |
만인소의 직임은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 때마다의 사정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직임은 상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작성되었다가, 서울에 당도하여 疏廳을 차린 다음 다시 작성되고, 최종적으로는 상소를 마무리한 다음 정리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소임은 지역과 문중별로 유생의 많고 적음과 문중의 대소에 따라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이 관례였다.158) 따라서 상경봉소와는 관계 없이 등재되기도 하였지만, 이들 대부분은 영남에서 상경한 소유거나 거경유생들로 실제 복합에 참여한 인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원만인소의 소임록을 同苦錄이라고 하였고, 봉환만인소 소임록에는 직임을 가지지 않고 복합에 참여한 인사들을 회원으로 등재하고 있었다. 물론 이 가운데는 상경이 늦어서 실제 복합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봉소 후 回路時에 도착하였더라도 소임록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즉, 서원만인소의 동고록에는 회로시에 도착한 유생 16명도 등재되어 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만인소는 백여 명 이상의 소유들이 때로는 수개월 간 상경 복합하고 있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막대한 것이었다. 소유의 노자와 소청의 공공경비는 각 읍에 분배하거나, 각 읍 경내의 서원·향교·서당 등과 각 門內에 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159) 그러나 영남의 분열과 경제적 침체, 그리고 서원의 훼철 등으로 이러한 경비 마련이 어려워지자 戶斂이 행해지기도 하였는데, 어느 경우에서나 관권의 협조가 필요하였다. 만인소를 저지하는 방법으로 지방관들이 이러한 자금거출을 방해하기도 하였다. 이제 구체적인 예를 통해 만인소의 소자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봉환만인소는 위에서 검토하였듯이 다른 어느 경우보다도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다. 그것은 애초의 계획이 몇 차례 수정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시일이 많이 지체되어 오랫동안 서울에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져 전례대로 거출한 공공경비로 얼마만큼 충당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우선 봉환만인소시의 경비조달과 사용내역을 보면 다음과 같다.160)
2월 14일：疏紙 200장 50緡에 구입, 참봉 李中慶 10민 부조
17일：都廳에서 약간의 돈을 얻어 유생들에게 분배(2兩을 넘지 않음)
22일：도청에서 또 300민을 얻어 유생들에게 2兩씩 분배
25일：전례에 따라 유생들에게 비용을 분급
29일：도청의 朴璿鉉 등이 財用을 마련할 때까지 捧疏를 연기할 것을 건의
3월 2일：박선현이 또다시 200민을 얻어 와서 분급할 계획을 세움
3일：승지 蔡東述이 50민을 부조, 유생들의 비용을 이 날부터 7錢으로 정함. 박선현이 종형의 부음을 듣고 辭單을 냄, 지금까지의 재용은 모두 박선현에 의지함
4일：승지 권정호 20銅을 보냄(「소청일기」)
6일：참판 金益容이 10민, 참판 한경원이 20민 부조
7일：孫振九·孫相駿이 각 30銅, 참판 韓敬源 20동, 完伯 趙性敎 100金銅, 승지 權鼎鎬·蔡東述 각 50동, 승지 趙濟華·교리 鄭元和·주서 韓奭東 각 20동 助用(「소청일기」)
14일：판서 崔遇亨이 首位丈의 定配時 행자로 50민 부조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소유 100여 명의 滯留비용을 모두 소청에서 감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비용의 일부는 在京 남인관료들의 부조로 충당되었던 것으로 보이지만,161)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였을 것이고, 박선현이 500민 이상을 혼자서 주선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박선현이 이러한 돈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하였는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대원군세력과 관련된 어느 곳의 지원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京邸吏로부터 조달한 것인지 추측해 볼 뿐이다.162) 문제는 이러한 봉소과정에서의 경비뿐만 아니라 소수들이 유배의 처분을 받았을 때에는 더 많은 경비가 필요하였다.163) 이것은 차후 영남 각 고을에 분배되고 있다.
들으니 疏廳儒生 5, 6명이 列邑에 돈을 분배하는 일로 내려와서 영남감사에게 呈訴하여 다행히 허락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거두어야 할 돈이 區劃되었는데, 전 영남에서 담당해야 할 것이 8천여 금이라고 합니다. 우리 읍(의성)이 배당받은 것은 140냥인데, 鄕排가 뜻과 같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하니 世道가 가히 한탄스럽습니다. 우선 관에서 감영에 보내고 감영에서 서울로 보내어 각 配所에 분배한다고 합니다.164)
척사만인소 시에는 필요한 공공비용을 각 고을 단위로 책임자를 선정하여 거출하고 있다. 이 자금은 좌도와 우도가 각기 마련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좌도에서는 1880년 12월 초순경에 안동의 도회소에서 각 고을 별로 배당하여 거출하기로 결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165) 이러한 결정에 따라 예안에서는 1880년 12월 18일에 소자를 분배하였고, 예천에서는 12월 18일에 향회를 열어 소자의 마련을 戶斂으로 하고자 하였으나 군수 趙駿鎬의 방해로 시행하지 못하였다.166) 유림의 공공경비를 호렴이나 각 문중 단위로 분배하였던 것은 오래 된 관행이었다. 그러나 호렴의 경우는 준조세적인 강제성을 가지는 것으로 관권과의 마찰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임술농민항쟁에서 단성에서는 각 家戶의 結數에 따라 분배하였는데, 이것은 강제성을 띰으로써 이를 주도했던 사족들이 이후 토호로 지목받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아무튼 당시 소자의 마련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만인소의 봉송이 임박한 2월 초1일에 도회소에서 각지에 소자의 거출을 독촉하는 통문을 보내고 있다. 앞의 「左道各邑公費收錢都錄」은 바로 이 같은 사정에서 경주진 각 읍에 보내어진 것이다. 이 통문은 신사년 2월 초1일, 發行都會所 公事員 柳致린, 權在默, 製通 黃蘭善, 會員 李??, 柳基鎬, 李秉欽, 金祖永의 명의로 발송된 것이다.167)
<표 4> 좌도각읍공비수전도록
|
지 역 |
이 름 |
금 액(냥) |
지 역 |
이 름 |
금 액(냥) |
|
경 주 안 동 대 구 의 성 예 천 영 해 밀 양 청 도 영 천 순 흥 영 주 풍 기 예 안 룡 궁 군 위 비 안 청 송 영 양 영 덕 봉 화 |
李 華 久 金 秀 洛 朴 海 勳 金 濟 徹 李 泰 浩 李 壽 巖 孫 格 遠 李 庭 珣 趙 基 成 宋 在 民 金 輝 夔 黃 基 鎭 李 中 聖 安 在 德 洪 宅 疇 李 錫 龜 權 鐸 洙 趙 休 容 申 祐 錫 琴 基 纘 |
40 100 50 40 40 40 40 35 35 30 35 20 30 20 15 15 20 15 10 10 |
진 보 신 녕 의 흥 인 동 칠 곡 자 인 경 산 하 양 울 산 현 풍 언 양 양 산 흥 해 연 일 청 하 장 기 기 장 동 래 창 녕 영 산 |
申 應 浩 曺 錫 璡 朴 在 翼 張 永 河 李 承 洪 崔 基 洪 將 龍 洙 金 必 영 李 敬 權 郭 鍾 轍 金 永 箕 朴 時 昶 張 泰 鎭 李 鳳 久 李 ?? 李 智 煥 金 誠 鍊 文 起 鉉 / 李 眞 和 |
15 20 20 30 30 15 15 15 30 30 10 15 10 10 10 10 10 15 30 20 |
척사만인소 시에 경상좌도 40개 고을에서 거두어들일 돈은 985냥이다. 이것은 최소한의 공공경비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이 실제로 거두어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우도와 합하고 여기에 개인적인 경비를 보탠다면, 그리고 서원만인소 시에 "상주에서 담당해야 할 疏資와 30명의 治送비용이 千緡에 내려가지 않는다"168)고 하였음을 염두에 둔다면, 만인소에는 적어도 수천 냥의 자금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의 봉환만인소가 끝난 뒤 영남에서 거두어야 할 액수가 8천여 냥이라고 한 것에 비한다면, 앞의 985냥은 서울로의 發行을 위한 최소한의 경비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척사만인소도 여러 번에 걸쳐 복합이 전개되었고, 그 때마다 소수가 먼 곳에 정배되었으므로 수천 냥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봉환만인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마 만인소가 종결된 후에 영남 각 읍에 재차 분배되어 거두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만인소는 엄청난 인적·물적인 자원을 필요로 하였고, 이를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영남유림이 향촌사회에서 가지는 재지적 기반, 즉 동성촌락과 지주로서의 공고한 기반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영남유림은 만인소를 통해 집단적인 힘을 과시하기도 하였지만, 이 같은 집단적인 활동은 지식인으로서의 유생 개개인의 독자성을 제약함으로써 영남유림의 보수화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Ⅲ. 嶺南儒林의 정치적 성격
앞에서 이미 검토하였듯이 영남유림의 정치적인 활동은 대원군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전개되었다. 따라서 영남유림의 정치적 성격은 대원군과의 정치적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된다. 또한 영남유림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똑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 않았음을 우선 지적해 두고자 한다. 기왕의 연구에서는 영남유림을 시야에 담아 두지 못하였던 관계로 이를 언급할 겨를이 없었다.169) 간혹 남인에 대한 부분적인 언급이 있을 뿐이었다. 남인과 영남유림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지만, 남인이 항상 영남일 수는 없었다.
아무튼 일반적으로는 정치적인 기반이 미약하였던 대원군이 척족세력을 견제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남인을 적극 등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갔고, 이러한 과정에서 남인??북인의 좌·우의정과 판서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판서와 의정부의 구성에 있어서 남인이 다수 참여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들의 직책은 당시 대원군정권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와 병권을 담당하는 호조와 병조가 아닌 중요성이 떨어지는 예조·형조·공조가 거의 전부였으며, 그리고 남인??북인이 좌·우의정을 계승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노론의 유력가문 출신들 사이에서 그들의 역할은 한정적일 뿐이었다고 한다.170) 이 점은 대원군의 입장에서는 남인의 세력을 일정 부분 이용할 필요가 있었지만, 남인에게 국정을 위임하거나 그들의 세력에 그의 권력기반을 두고자 하였던 것이 아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인들이 영남의 의리171)를 회복하고자 하였을 때 대원군은 우호적인 것이 아니라 공권력을 동원한 위협적인 언사로 이러한 움직임을 저지하였다는 것이다.172) 결국 남인 또는 북인의 등용은 유력가문 중심의 권력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그 동안 권력에서 소외되었던 남인??북인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이상의 견해는 일면 타당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원군이 남인 또는 영남에 기울였던 관심을 단순히 '이용'이라는 의미만으로 축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시 척족세력이 여전히 위협적인 현실173)에서 영남인이 갑자기 권력의 전면에 부상한다는 것은 객관적인 조건에서나 또 주체적인 능력에서도 가능한 일이 아니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영남은 오랫동안 중앙의 관직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이들은 대원군의 집권과 더불어 국정을 담당할 경륜을 갖추지 못하였던 것이다. 여기에 남인이 의리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남인만이 아니라 대원군의 집권 자체도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원군은 도리어 남인과 영남을 일정하게 견제해야 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대원군은 남인으로 지칭될 만큼 영남과는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러한 관계가 당시의 정치적인 현실을 초월해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정치적인 '상호 제휴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면 영남유림의 대원군에 대한 입장은 어떠하였을까. 영남유림을 여러 층위로 구분하여 보기로 한다. 즉, 대원군집권기에 중앙관료로 활동하고 있었던 인사들과 재야 유림들, 그리고 재야 유림들 상호간 특히 병호 간에도 입장 차이가 있었음을 우리는 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대원군집권기에 중앙의 관료로 활동하고 있었던 인사로는 류후조가 가장 대표적이다. 류후조는 대원군의 모든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나아가서는 영남남인을 영솔하여 대원군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고자 하였다. 이 같은 점에서 류후조와 대원군의 관계는 蔡濟恭과 정조와의 관계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류후조는 학문적인 위치에서나 국정을 이끌어 가는 경세론에 있어서 채제공과는 비교될 수 없었다. 더욱이 채제공이 영남 내부의 시비가 본격화해 가기 이전에 활동하였고, 또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초연할 수 있는 재경남인이었다면, 류후조는 당시 심각한 반목상을 보이던 병호시비의 직접적인 한 당사자였다는 데서 영남을 영도하기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다. 사실 류후조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범위는 병론계에 불과하였으며, 영남유림을 반분하고 있던 호론계와는 전혀 접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174) 더욱이 대원군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는 영남의 일반적인 여론과도 일치할 수 없었다. 서원훼철과 군수원납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에 반해 대원군정권에 참여하고 있던 다수의 남인들은 남인의 당론을 구현하는 차원에서나 남인의 이해를 대변하기보다는 개별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은 대원군 실각 후 이들이 영남의 여론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에서 추측해 볼 수 있다. 특히 이들은 영남의 만인소를 저지하거나 그 내용을 완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었다.175) 그리고 영남의 척사만인소가 2∼3차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서울 남촌의 남인들이 소청에 내왕하는 자가 없었다는 것도 주목된다. 이 같은 사정은 중앙과 지방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경남과 영남 또한 점차 분화되어 감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분화에서 영남유림이 봉환만인소 당시 정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176)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영남유림들의 대원군에 대한 이해이다. 당시 대원군의 정책, 즉 내정개혁이라는 측면에서는 영남유림의 입장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특히 서원의 훼철과 호포의 실시에 있어서 그러하였다. 또 경복궁의 중건에 대한 원납이나 병인양요 후의 군수원납에 있어서도 영남인의 참여는 적극적이지 못하였다. 이러한 사정에서 대원군 봉환만인소의 發論과정에서 다소간의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고, 대원군의 봉환을 주장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서원과 호포정책에 대한 비판177)이 제기되었던 것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이들이 대원군집권 자체를 부정하였던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경우를 말하자면 비판적 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남의 여론이 모두 이러하였던 것은 아니었다. 다른 한 측면에서는 대원군에 대한 더 적극적인 평가가 있었다.
우리 대원군은 전하의 親父이고 동방의 大老로 나라의 정치를 총괄하시고 조정의 쇠퇴함을 일으키시고 기강을 세우시고 임금을 보호하고 길러 내시고 덕을 닦으시며 나라 안팎을 鎭撫하시어 인심이 즐거워하고 간사한 오랑캐를 평정하시어……武衛를 수선하여 미리 준비하시고 洋學을 洞斥하시어 사악한 무리를 殄絶하시었습니다. 이는 바로 맹자가 楊子를 물리치신 공과 같아서 소위 공은 禹임금보다 못하지 않습니다.178)
이것은 류도수가 봉환만인소 시에 직접 작성한 것이나, 소청에서 채택되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서 류도수는 대원군을 봉환해야 하는 이유를 고종의 친부라는 의리의 문제만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대원군이 10년 동안 행한 다대한 업적 때문이었다. 즉, 나라의 기강을 세우고, 고종을 기르시고, 양적을 물리쳤다는 것이다. 이러한 업적은 맹자가 이설을 배척한 공과 비교될 수 있어서 중국의 우임금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원군의 봉환을 위한 상서에서 대원군을 周公과 비교하고 있었던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179) 이들을 적극적 지지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류후조가 대원군의 여러 정책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었던 것과도 일치한다.
대원군에 대한 평가의 이 같은 차이는 영남유림이 병론과 호론으로 분화되어 있었던 것과 대체로 일치한다. 호론이 대원군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면, 병론은 적극적인 지지세력이었다. 이것은 또한 대원군과 류후조에 의해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던 보합이 결코 성공적이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도리어 대원군에 의한 서원훼철은 이를 더욱 격화시켰을 뿐이었다. 따라서 영남의 분화는 결국 영남과 대원군과의 제휴관계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영남유림의 이 같은 입장, 특히 호론계의 비판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영남과 대원군의 정치적인 제휴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영남유림은 대원군이 노론 척족세력과의 대립구도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인 유일한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실적으로 대원군은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영남의 권력은 대원군을 매개해야만 구현될 수 있는 것이었다. 병론과 호론, 또는 적극적인 지지와 비판적인 입장으로의 분화는 대원군과의 제휴관계를 제약하는 요소였지, 이것이 곧 대원군과의 대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같은 사정에서 대원군 봉환만인소의 초기 疏文에서는 대원군의 조속한 봉환을 주장함과 아울러 근일의 科弊를 지적하면서 영남인사가 거의 漏榜되었음을 성토하고 있었다.180) 이것은 대원군 실각 후 영남유림의 불만과 만인소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科擧의 폐단은 李有臣의 科弊疏181)와 전정언 丁集敎의 상소182)에서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아 대원군의 실각과 이후의 과거에서 영남인들의 누방이 정치적인 위기감을 폭넓게 조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맺음말
이상에서 19세기 후반에 전개된 세 번의 만인소를 통해 영남유림의 정치적 동향을 검토하였다. 세 번의 만인소는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영남유림이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것이었지만, 이것은 단절적이거나 개별적이기보다는 상호 연관성을 가지면서 전개된 것이었다. 그것은 영남유림의 정치적인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중앙정계에서 소외되어 향촌세력으로 안주해 오던 영남유림의 정치적인 활동을 가능케 하고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대원군의 집권이었다. 대원군은 영남의 남인들을 중앙정계로 끌어들여, 폭넓게 포진하고 있는 척족세력을 견제하고자 하였다. 말하자면 상호 정치적인 제휴관계가 성립되고 있었다. 영남 또는 남인은 당시 대원군이 손잡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역이고 정치세력이었다. 아무튼 대원군은 남인으로 인식될 정도였고, 이러한 관계는 당시 노론계에 위협적이었다. 이러한 사정에서 재야노론계는 노론집권세력에 의해 추진된 개항을 영남이 대원군을 끼고 역모를 꾀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으로 이해할 정도였다.
그러나 영남과 남인은 京鄕을 막론하고 내부적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경남의 각 가문 간의 갈등과 영남의 병호시비가 가장 대표적인 것이었다. 이 같은 시비와 갈등의 해결없이 대원군의 영남 또는 남인과의 제휴는 무의미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대원군은 적극적으로 이를 보합하고자 하였고, 그 노력은 집요한 것이었다. 이 점은 대원군과 영남 또는 남인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즉, 대원군은 영남과 남인을 개별적인 차원에서 '이용'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정치세력으로서 '제휴'하고자 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원군의 노력은 경남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영남의 경우에는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이것은 이후 서원훼철에서 더욱 심화되었고, 이 같은 분열과 대립은 영남의 정치활동, 즉 만인소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튼 19세기 후반의 영남만인소는 대원군과의 제휴관계에서 제기되었고, 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원군의 정책, 특히 서원훼철은 영남유림들에게 크게 당혹스런 문제였다. 서원은 이 시기 그들을 향촌지배세력으로 존립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향촌조직이었고, 또 교화를 담당하고 사림의 원기를 배양하는 원천으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에서 영남유림이 서원훼철에 집단적으로 반대하였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것이 서원훼철 반대만인소였다. 이것은 대원군의 정책을 정면에서 반대하는 것이었고, 따라서 상호 제휴관계를 부정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반대만인소에도 불구하고 상호간의 제휴관계는 부정되지 않았다. 그것은 만인소의 전개과정에서 상호 끊임없는 접촉을 통해 대원군의 선처와 영남에 대한 관심을 상호 교환하고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만인소가 捧疏되지 못하였지만, 한 번으로 종결될 수 있었다.
대원군과 영남의 관계는 대원군의 실각과 은거에서 전개된 대원군 봉환만인소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었다. 대원군의 실각과 더불어 고종친정 또는 민씨척족세력의 등장은 영남과 남인에게는 큰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영남의 대원군 봉환만인소는 고종의 私親에 대한 효를 명분으로 전개되고 있었지만, 사실상 대원군의 복권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특히 이들이 대원군의 역할과 공적을 맹자와 비교하거나 우임금과 주공보다도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이 같은 평가는 고종의 친정에 대한 비판이며, 대원군에 대한 기대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원군의 복권운동으로서의 봉환만인소는 10여 개월 간, 4∼5차에 걸쳐 전개되었고, 이 과정에서 호유·해유·관유 등 각지의 유생들도 참여하게 되어 당색과 지역을 초월하였다. 고종은 소수에 대해 처형이라는 극단적인 조처를 취하면서 여기에 강력히 대응하였다. 이것은 바로 대원군과 고종, 또는 대원군세력과 고종 친정세력과의 정치적인 대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대원군이 자진해서 환궁함으로써 고종 친정세력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따라서 남인 또는 대원군세력은 중앙과 지방에서 대거 축출되고 있었다. 이제 영남유림은 또다시 향촌사회에 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고종의 친정과 더불어 추진된 개화정책, 특히 『조선책략』에 기초한 대외정책은 또다시 영남유림들에게 정치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것은 곧 척사만인소로 전개되었다. 척사만인소는 다만 『조선책략』과 그 내용만을 문제삼은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사실상 고종의 개화정책을 비판하고 척사정책을 추진할 것을 건의하는 것이었다. 척사는 당시의 일반적인 여론이었고, 대원군은 척사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따라서 영남유림의 척사만인소는 대원군 복권운동의 또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척사만인소 또한 4차에 걸쳐 이루어졌고, 역시 충청·전라·경기·강원도 유생들이 참여함으로써 지역과 당색을 초월하여 점차 확대되고 있었다. 이 점은 대원군파를 크게 고무하였다. 안기영 등이 중심이 된 역모사건은 바로 척사만인소를 계기로 추진되었다. 여기에 직접·간접으로 관계된 인물은 대부분 남인이었다. 안기영사건은 물론 의도적으로 확대된 역모사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당시의 집권세력이 이를 이용하여 남인을 대거 숙청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안기영사건의 실패는 영남과 남인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던 대원군 복권운동의 사실상 종결을 의미한다. 이로써 민씨척족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정치세력은 소멸되었고, 따라서 대원군의 재집권도 기존의 정치세력으로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183)
영남과 대원군과의 제휴는 이후 1894년 동학농민전쟁기에 다시 한 번 시도된다. 즉, 대원군은 농민군과 접촉을 가지면서 영남에서 의병을 창기하고자 하였다.184)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던 것만은 아니었다. 척사와 반개화파정권에 대한 의식이 그 어느 지역보다도 팽배하였던 영남이 일본의 침략이라는 민족적인 위기에 직면하여 대원군, 나아가서는 농민군과 제휴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 앞서 집권세력은 영남 유력가문의 인사를 소모사와 의병장으로 임명하여 대원군 나아가서는 농민군과의 연결을 차단하고 있었다.185) 아무튼 영남의 유림은 민족적인 문제에 앞서 계급적인 모순의 해결을 보다 우선으로 하였고, 이것은 곧 그들이 배척하고 부정하였던 침략세력과 친일 개화파 정권과의 결탁으로 나타났다.186)
19세기 후반의 만인소가 대원군과 제휴관계에서 가능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당시 영남의 사정으로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막대한 소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척사만인소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경상좌도 각 고을에 분배되었던 액수가 985냥이었고, 봉환만인소가 끝난 후 추가로 영남에서 거두어야 할 총액이 8천여 냥에 다다르고 있었음을 볼 때, 만인소의 총 소비는 수천 냥에서 수만 냥에 이르고 있었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산간계곡에서 평야지대로, 농업에서 상업으로 경제의 중심축이 옮겨지고, 그리고 서원이 철폐된 이후의 영남 사정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경비는 굉장한 부담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만인소의 추진을 어렵게 하였던 것은 경제적인 사정에서만이 아니라, 영남 내부의 분열 또한 큰 문제였다. 병호의 시비는 비록 안동과 상주권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지만, 이들 지역이 19세기 후반 영남 유림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학봉과 서애가 퇴계학파를 양분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이것은 사실상 영남 전체의 문제였다. 사실 병호 간에는 대원군에 대한 입장과 평가를 다소간 달리하고 있었다. 병론계가 대원군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면, 호론계는 비판적 지지세력이었다. 이 같은 차이는 병호 간의 정계진출 문제, 병산서원과 호계서원의 존망문제, 혹은 학문적인 입장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이것은 만인소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다. 서원훼철 반대만인소에 병론계가 소극적이었던 것에 반해 대원군 봉환만인소에서는 호론계가 소극적이었다. 영남 내부의 이 같은 갈등은 결국 대원군과의 제휴관계를 크게 제약하는 것으로 작용하였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영남유림 또는 남인이 가지고 있는 주체적인 역량과 관련된 문제였다고 생각된다. 주체적 역량이란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경세론이나, 세계에 대한 안목을 의미한다. 즉, 당시의 위정자는 무엇보다 봉건체제의 개혁을 추진할 수 있어야 했고 외세와의 자주적인 관계를 설정할 수 있어야 했다. 이러한 점에서 서구에 대한 환상을 가졌던 개화파의 개화론이 이 시대의 진정한 해답일 수 없었듯이, 유림의 반개혁과 배타적인 척사론으로서도 결코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 낼 수는 없었다.187)
아무튼 영남의 만인소를 영남유림의 정치적인 활동과 격리시켜 평가할 수도 없고, 대원군정권의 정치세력이나 권력구조의 문제 또한 재야 영남세력과의 제휴관계를 포괄하지 않고는 그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덧붙여 두고자 한다.
* 이 논문은 1994년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대학부설연구소 연구과제 연구비에 의해 연구되었음
** 동명정보대학교 교수
1) 1881년(고종 18, 신사년)의 척사만인소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성과는 다음과 같다. 송병기, 「신사척사운동연구」 『사학연구』 37, 1985；권오영, 「1881년의 영남만인소」 『윤병석교수화갑기념한국근대사논총』, 1990.
2) 1871년(고종 8)의 서원훼철 반대만인소는 최근에 소개되었다. 이수환, 「대원군의 서원훼철과 영남유소」 『교남사학』 6, 영남대 국사학과, 1994.
3) 19세기 후반의 영남만인소 가운데 服制改革 반대만인소는 이 논문에서 제외하였다. 이 만인소는 1883년과 1884년에 걸쳐 추진된 복제개혁에 반대하여 경주 옥산서원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복제개혁이 1884년 갑신정변으로 취소되자 봉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단되었던 것이다. 이 만인소는 현재 옥산서원에 원본 형태로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 말하자면 만인소의 유일한 원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 이수건, 「정조조의 영남만인소」 『교남사학』 창간호, 1985；「조선후기 嶺南儒疏에 대하여」 『이병도구순한국사학논총』, 1987.
5) 대원군정권의 정치세력, 성격 등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논문은 다음과 같다. 이들 연구에서는 영남유림의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성대경, 「대원군 초기집정기의 권력구조」 『대동문화연구』 15, 1983；김병우, 「대원군집권기 정치세력의 성격」 『계명사학』 2, 계명대, 1991；연갑수, 「대원군 집정의 성격과 권력구조의 변화」 『한국사론』 27, 서울대, 1992.
6) 이수건, 앞의 글, 1985；「17, 18세기 안동지방 유림의 정치사회적 동향」 『대구사학』 30, 1986 참조.
7) 1862년 진주민란의 안핵사로 파견되었던 박규수는 영남의 '士民父老'를 민란의 窩主로 파악하였다. 여기에 대해 부호군 李晩運이 박규수의 이 같은 입장을 비판하는 상소를 올렸다(『壬戌錄』, 84∼89쪽 참조).
8) 주 121)을 참고할 것.
9) 정진영, 「1894년 농민전쟁기 향촌지배층의 동향」 『1894년 농민전쟁연구 5』, 역사비평사, 1997 참조.
10) 정진영, 「19세기 향촌사회 지배구조와 대립관계」 『1894년 농민전쟁 연구 1』, 역사비평사, 1990 참조.
11) 가문 내부, 가문 상호간의 갈등과 대립은 19세기 영남의 사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羅巖隨錄』(朴周大, 국사편찬위원회 간)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하회의 겸암·서애파의 시비(23쪽), 하회와 美洞金氏와의 알력(24쪽), 臨川書院의 복설 시의 爬任을 둘러싼 金溪本孫과 退溪胄孫, 도산서원, 병산서원의 갈등(54∼61쪽) 등이 그것이다.
12) 퇴계학파는 한말 이래로 柳致明(定齋)을 이은 안동의 정통 퇴계학파와 성주의 李震相(寒洲), 칠곡의 張福樞(四未軒), 창녕의 曺兢燮(深齋), 김해의 許傳(性齋) 등 다섯 학맥으로 파악하기도 한다(금장태, 「영남성리학의 전통과 쟁점」 『민족문화논총』 11, 1990). 그러나 이들 학맥은 당 시기에 뚜렷이 구별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3) 한주 이진상의 心卽理說은 퇴계의 학설에 배치된다 하여 그의 문집이 도산서원에서 반송되었고, 상주향교에서는 불태워지기도 하였다. 또 許薰은 『寒洲文集』의 교열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14) 4현의 승무가 좌절된 후 대구·인동·칠곡 방면의 사림은 독자적으로 한강과 여헌의 종묘배향을 위한 상소운동을 추진해 나갔다. 안동의 유림이 여기에 반발하는 등 영남의 분열과 대립은 더욱 확대되고 있었다.
15) 김병우, 앞의 글, 1991 참조.
16) 申錫祜(1816∼1881), 『可軒集』 卷3, 「行狀」.
17) 이 같은 사실은 현지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18) 이 점은 대원군이 만동묘에서 받은 수모와는 크게 대비된다. 『梅泉野錄』 上, 5쪽, "雲峴 少時 嘗入院(만동묘·화양서원) 爲院儒所辱 甚恨之".
19) 이 표는 김병우, 앞의 글, 1991, 137쪽 <남북인 및 상대적 개혁론자>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재구성하고, 일부 보완한 것이다.
20) 이 논문에서 남인·북인 등 당색의 표기는 필자의 주관이 아니라 대부분 당시의 표기에 따른 것이다. 『羅巖隨錄』 등에는 기록자와 당색을 달리할 경우 대부분 당색을 표기하고 있다.
21) 洛坡 柳厚祚(1798∼1875)는 40세(1837)에 사마시에 급제 후 후릉참봉, 형조정랑, 평창군수, 장흥부사 등을 거쳐 철종 6년(1855)에 강릉부사, 61세(1858)에 문과에 급제한다. 이후 공조참의, 좌우부승지, 대사간, 한성좌윤과 공조판서를 거쳐, 고종 3년에 우의정, 고종 4년에 좌의정에 오른다. 凝窩 李源祚(1792∼1871)는 18세에 문과에 급제하고, 주서·전적·지평과 결성현감(1826), 정언·장령 등을 거쳐 1840∼41년에 강릉부사, 제주목사가 되었다. 이후 형조참의, 좌우부승지, 경주부윤, 병조참판(철종 7)을 거쳐 고종 2년에 한성판윤이 되고, 고종 3년에 공조판서에 오른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와 비슷한 관력을 가지면서 당시 영남을 대표하고 있었지만, 상호 친밀한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2) 槽谷憲一, 「大院君政權の權力構造」 『東洋史硏究』 492, 東京：東洋史硏究會, 1990.
23) 순조 이래 노론과 소론의 독무대였던 규장각에도 대원군에 의해 남·북인이 진출하고 있었다. 『梅泉野錄』 上, 21쪽, "正宗 改湖堂爲奎章閣……純祖以來 非老則少而已 雲峴時 韓耆東爲待敎 洪殷謨爲直閣 皆南人也 金奎軾爲待敎 姜贊爲直閣 皆北人也 老論不平之 目之曰雲閣".
24) 『羅巖隨錄』, 「大院君抵李參議書」 1869년 5월, 5쪽.
25) 鄭直愚, 『疏行日錄』, 「雲宮抵李台晩運書」(계명대 도서관 소장；이수환, 앞의 글, 1994 127쪽).
26) 『疏行日錄』, 「雲宮抵趙台性敎書」.
27) 가령, 서원훼철 문제로 영남의 남인들이 만인소를 준비할 때 대원군의 배려로 아직까지 처벌된 사람이 없었음을 말하고 있다(朴時默, 『雲窓日錄』 9月 21日).
28) 『羅巖隨錄』 1869年 9月, 9쪽.
29) 『梅泉野錄』 上, 4쪽, "雲峴始以麟平之裔 出后於三王孫 其根源肺두固南人也".
30) 23명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판서 李承輔(石山), 판서 崔遇亨(竹下), 참판 姜蘭馨(海蒼), 都令 韓敬源(柳坡), 판서 趙性敎(韶亭), 승지 韓敦源, 典籤 韓敎源(海士), 참봉 李鳳基(海蓮), 참봉 洪大重(石焦), 진사 丁大肇(梅村), 도사 吳道泳(小竹), 정언 鄭學默(錦焦), 참봉 申奭均(蓮西), 참봉 張福遠, 주서 姜文馨, 승지 李源珪(眉峰), 참봉 鄭顯恩, 교리 趙濟華, 감역 李龍鎭, 감역 安兢源, 감역 丁大拭, 泮長 金益容, 별검 朴挺鉉.
31) 『羅巖隨錄』 「南村解嫌日記(丁大肇)」, 81∼86쪽.
32) 蔡·洪 兩家가 사돈관계를 맺은 것도 이 같은 결과였다(『羅巖隨錄』 「雲峴宮抵安東졸書」, 77쪽, "京之蔡洪 已合相好 又結秦晉之誼矣").
33) 여강서원은 이후 1676년(숙종 2)에 사액과 더불어 虎溪書院이 되었다.
34) 宋基夏, 『雲坡先生文集』 卷8, 「通屛山廬江文」, "今此疏事 乃是朝家之大義也 全嶺之至公議也……第伏聞 今番之會 有屛廬立異之論 到記之所 有屛虎儒各開座 此何等義理 此何等公議也……自貴院……發通道內 保合屛虎 無若已往之矛盾 均爬各門 無若前日之向隅 一以正公議 一以敦大事之地".
35) 신석호, 「屛虎是非에 就하여(상·하)」 『靑丘學叢』 1·3, 1930·1931.
36) 宋基夏, 『雲坡先生文集』 卷8, 「通屛山廬江文」, "自貴院……發通道內 保合屛虎 無若已往之矛盾 均爬各門 無若前日之向隅 一以正公議 一以敦大事之地".
37) 朴周大, 『羅巖隧錄』 「雲峴宮抵安東졸書」, 1870年(고종 7) 8月, 77쪽.
38) 柳厚祚, 『洛坡先生文集』 卷1, 「上大院君書」. 류후조는 이 때 長子(柳疇睦)喪을 당하였다.
39) 『羅巖隨錄』 「雲峴宮抵崔判書書」 9月 22日, 79쪽. 대원군은 보합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병론이 밖으로는 뜻에 따르지만, 속으로는 이기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40) 『羅巖隨錄』 庚午(1870年) 12月.
41) 柳厚祚, 『洛坡先生文集』 卷1, 「上雲峴宮書」, "병산·호계 양 서원의 보합에 관한 일은 보합한 뒤로 별다른 일이 없으며, 이미 명령을 받들어 보합하였으니 누가 감히 장차 떠들겠습니까. 연소한 무리들이 제각기 하는 말은 불과 그 때의 일이었을 뿐입니다." 위 편지는 "왕비 産氣云云" 하는 것으로 보아 고종 8년(1871) 10월경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종 8년 11월 초4일에 元郞이 탄생했으나 17일에 죽었다(『羅巖隨錄』, 18쪽).
42) 이후 10여 년 뒤에도 보합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었다. 즉, 1890년에 柳道性과 金道和가 각기 병론과 호론을 대표하여 보합을 위해 논의한 끝에 세 가지 안건을 講定하고, 饗宴禮를 행하였다고 한다(柳道性, 『石湖集』, 「墓碣銘」 참조).
43) 연갑수, 「병인양요와 흥선대원군정권의 대응」 『군사』 33, 1996. 이 논문에는 '願助軍需人'의 직명과 원조내역이 제시되어 있다.
44) 申錫祜, 『可軒文集』 卷2, 「丙寅斥洋丙子斥倭後事實」.
45) 申錫祜, 『可軒文集』 卷2, 「通道內各儒所文(丙寅洋擾時)」.
46) 柳厚祚, 『洛坡先生文集』 卷1, 「與李明吉(承德)書」(연경왕래 후).
47) 이러한 강제성은 허원식의 倡義檄文에서도 동일하였다. 즉, "통문 도착 즉시 도움을 줄 수 있는 동지를 중심으로 뜻을 합하여 영남 전체가 忠義를 저버리지 않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고 하였다(許元拭, 『三元堂文集』 卷3, 「倡義檄文」 丙寅 10月).
48) 류후조는 경복궁의 營建, 서원의 훼철 등 대내정책뿐만 아니라 대외 척화정책에 대해서도 대원군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었다. 또 병인양요 후인 고종 3년(1866) 10월 30일에 聖學에 힘쓰고, 각 진영의 營將에게 砲手를 교련시켜 오랑캐의 침략에 대비할 것을 건의하였다(柳厚祚, 『洛坡先生文集』 卷1, 「聖學啓」；『高宗實錄』 卷3, 10月 30日).
49) 柳厚祚, 『洛坡先生文集』 卷1, 「又(與李明吉承德書)」.
50) 宋基夏, 『雲坡先生文集』 卷1, 「上洛坡柳相公」.
51) 柳厚祚, 『洛坡先生文集』 卷1, 「上大院君別紙」(1870, 고종 7).
52) 『羅巖隨錄』 己巳(1869年) 5月, 8쪽.
53) 이수환, 앞의 글, 1994 참조. 원사훼철 문제와 여기에 반대한 영남만인소에 대해서는 이수환의 글에 잘 정리되어 있다. 여기에 대한 일반적인 서술은 이를 참고하였다.
54) 鄭直愚, 『疏行日錄』, 4月 20日 「道南鄕會所通列邑兼答西岳通文」(계명대학 도서관 소장. 鄭直愚는 1871년 서원훼철 반대만인소의 疏首인 鄭民秉의 3子이다).
55) 이수환, 앞의 글, 1994 참조.
56) 柳厚祚, 『洛坡先生文集』, 「答安益遠」, "夾紙示意恪悉 而至於院事 無論彼此 自春曹嚴防 行關事雲峴屢屢申勅 則見今事勢姑無以容旋於其間 稍待之外 有何타耶"；「又(答安益遠)」, "向托先院事 近日此事 可謂防塞 故姑無以周旋之道 實切悶歎……". 이 같은 사정은 오직 柳厚祚와 安益遠의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57) 『羅巖隨錄』, 5쪽, "大院位通辭曰 院者 亡國之本 無其國而獨享書院可乎 至於小民難支之境 故毁云耳".
58) 『羅巖隨錄』, 5∼6쪽；『洛坡先生文集』 卷1, 「上大院君別紙」, "近日祠院撤埋之敎連下 固知閤下此擧亶出爲國 深診院弊……第屛山書院以來賜額 亦入幷撤中 此院向在哲廟癸亥陳疏請額 特蒙允下之命……伏乞萬加下諒 特下處分". 이 당시의 훼철 대상은 미사액서원에 한정되었다. 그러나 병산서원(서애 류성룡 배향)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후 병산서원은 훼철의 대상에서 제외된 47개 서원의 하나가 되었다.
59) 『羅巖隨錄』 己巳 1∼2月, 7쪽.
60) 『羅巖隨錄』 己巳年條, 7쪽.
61) 류인목은 류후조의 조카이고, 이만기는 이만운의 동생이다.
62) 金喆銖, 『魯園集』 卷5, 「西遷錄」 3月 25日.
63) 金喆銖, 『魯園集』 卷5, 「西遷錄」 5月 初7日.
64) 이 같은 과정은 이수환의 앞의 글에 상세히 잘 정리되어 있다. 이 밖에도 『羅巖隨錄』과 「西遷錄」(金喆銖, 『魯園集』 卷5)에도 서원훼철과 태학에서의 권당, 영남만인소의 전말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65) 『羅巖隨錄』 辛未(1871年) 5月, 16쪽.
66) 柳厚祚, 『洛坡先生文集』, 「答鄭??」, "近日嶺中之論 孰不曰不可 而厚於玆事 初無與聞與知 故在京在鄕 以緘口勿說 爲令算矣 間有數處往復 而竟違素計有所云云 而大抵德山之變 久愈驚완 且巷가修往修來 此際稱以義理疏行 若入京則其於分義道理何 以此中止之意 答之矣……然而近聞 江左一邊會之聞慶云 未知直行西上 而有此擧耶 不]시悶歎而已"；宋基夏, 『雲坡先生文集』 卷6, 「答洛坡相公」, "今番疏事 大論已定 指日治發則 斷不可中止".
67) 강좌의 대표적인 인사로는 金道和, 權璉夏, 金遇洙, 李彙潑, 金平壽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특히 金遇洙(1804∼1877, 본관 의성, 의성 거주)는 호계서원이 훼철되자 안동부에 들어가 강력히 항의하다가 구금되기도 하였다(金遇洙, 『下齋集』 卷6, 「行狀」 참조).
68) 『羅巖隨錄』 「太學生通諭八道四部」, 95쪽. 고종은 3월 12일에 성균관에 이르러 서원훼철에 대한 상소에 대해 함부로 謹悉을 허락하지 말 것을 下敎하였다. 성균관은 이러한 고종의 하교를 각 도에 통문하였다.
69) 『疏行日錄』, 「大院君抵洛坡相公書略」, "이 洋賊의 소요를 당해 일월이 어둡고 막히는 때에 국가의 안위는 돌아보지 않고 단지 서원만을 말하니 이것은 부모도 없고 임금도 없는 것이다." 4월 16일에 양적 70여 척이 인천·부평·강화 등지에 내박하였다(『羅巖隨錄』 4月 16日, 8쪽).
70) 『羅巖隨錄』 「大院位書泮中·再度書」, 100∼102쪽 참조.
71) 김병우(앞의 글, 1991)는 서원문제로 대원군과 영남의 대립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원군의 서원훼철 문제에 대해 영남유림이 만인소를 통해 반대하고는 있었지만, 이것이 곧 상호간의 대립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72) 『羅巖隨錄』 辛未 6月, 17쪽.
73) 『羅巖隨錄』 「雲宮抵柳閤書」, 102∼103쪽.
74) 金喆銖, 『魯園集』 卷5, 「西遷錄」 8月 初1日.
75) 『日省錄』 高宗 8年 8月 11·12日；『推案及鞠案』 卷29, 「辛未逆賊弼濟·岐鉉等鞫案」(아세아문화사, 1978)；김의환, 「신미년(1871) 이필제란동학과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전통시대의 민중운동(하)』, 풀빛, 1981.
76) 소의 정본은 疏首 鄭民秉의 것으로 정했으나, 이 소의 내용이 과격하다 하여 酉谷의 權璉夏의 것으로 바구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金參奉(지례), 金上舍(귀호), 李監役(하계), 朴周鍾(금곡), 李震相 등도 소본을 제출하였다(『소행일록』 5월 30일). 권연하의 소본은 『羅巖隨錄』(96∼100쪽)에 수록되어 있다. 이 외에도 이진상의 소본을 확인할 수 있다(『寒洲集』 卷4, 「請復設萬人疏」). 당시 유림의 입장에서는 서원만이 아니라 戶布문제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 이 점은 대원군의 실각 이후 고종의 친정기에 역시 영남에서 전개된 봉환만인소와 척사만인소에서 정치 전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던 것과 비교된다.
77) 대원군 봉환만인소는 소수가 유배당하고, 소유들이 성외로 축출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원군이 還次할 때까지 전후 5차에 걸쳐 계속되었다.
78) 성균관 유생이었던 金喆銖가 儒巾을 찢어 던지고 낙향하여 충청도 문의현에 유배된 것을 제외하고는, 영남에서 만인소문제로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또 만인소 소수였던 鄭民秉은 일종의 귀향조치를 당했을 뿐이다.
79) 『高宗實錄』 卷10, 高宗 10月 해당일；『羅巖隨錄』, 106∼126쪽 참조. 이후 구체적인 주가 생략된 경우에도 실록의 해당 날짜를 참고하기 바란다.
80) 『高宗實錄』 卷10, 高宗 10年 11月 3日(이조실록, 381책, 474∼486쪽).
81) 이 때 참여한 대신들은 돈령부 영사 홍순목, 좌의정 강로, 우의정 한계원이었다.
82) 물론 부수찬 홍시형 등의 최익현을 변호하는 건의도 있었다(『高宗實錄』 卷10, 高宗 10年 11月 9日).
83) 연갑수, 앞의 글, 1996, 98쪽.
84) 『高宗實錄』 卷10, 高宗 10年 12月 12日(이조실록, 381책, 547∼549쪽).
85) 『高宗實錄』 卷10, 高宗 10年 12月 13日, 헌납 홍시형의 차자(이조실록, 381∼558쪽).
86) 그러나 고종은 대원군정권이 단행했던 서원철폐를 지방유생들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복설하지 않았고, 호포법이나 사창제 등도 폐지하지 않고 계승했다. 이것은 경향이 분기된 정권교체가 서울에 근거를 둔 세력간의 교체일 뿐임을 의미한다(연갑수, 앞의 글, 1996 참조).
87) 삼군부와 강화진무영이 대원군의 군사적 기반이었다면, 무위영과 내영은 고종의 군사적 기반이었다. 청전의 사용금지는 바로 軍門을 통해 대원군파에 흘러들어 가던 정치자금을 차단한 것이었다(연갑수, 앞의 글, 1996 참조).
88) 『羅巖隨錄』, 112쪽. 다음의 시를 통해 당시 대원군의 심경을 엿볼 수 있다. "飛雪成花那有實 輕雲籠色摠無根 稷廟金人緘口久 耳邊風過有時聞".
89) 『羅巖隨錄』, 129∼130쪽.
90) 『羅巖隨錄』, 130∼131쪽. 이휘림은 퇴계후손으로 예안출신이다.
91) 『高宗實錄』 卷11, 高宗 11年 12月 2日；『羅巖隨錄』 副司直孫永老疏, 133∼134쪽.
92) 『羅巖隨錄』, 131쪽.
93) 『羅巖隨錄』, 131쪽. 당시 중앙에서 활동하고 있던 퇴계의 후손인 진성이씨 또는 계상출신 인사로는 李晩運(승지), 李晩起, 李晩瀅(교리), 李中慶(참봉), 李晩蓍, 李彙林 등이 있었다. 이들은 대원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94) 「柳道洙行狀草」(필사본. 이것은 문집의 行狀 부분과 내용이 거의 일치하나 안동도회에서의 논의상황과 그가 참여하는 과정이 보다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或曰 儒林疏擧 嶺中先輩多行之者 而今番卽以儒爲名者 不必有疏擧也 年前毁撤祠院渾布儒紳者 誰也 此人人所憤완者".
95) 「先公手記」(甲戌年疏擧時乘. 고려대 소장). 여기에는 1874년 12월 문경 유곡에서 상경하여 대원군에게 上書하는 단계까지의 과정과 여기에 참여한 소유들의 명단이 京參과 鄕參으로 구분되어 수록되어 있다.
96) 류후조는 주저하고 있던 류도수에게 성의를 가지고 임금의 마음을 돌려야지 위세에 눌려 먼저 흩어져 버린다면 영남의 수치라는 말과 함께 급히 참여할 것을 권고하였다(「柳道洙行狀草」 참조).
97) 유생들은 대원군에게 보내는 편지에 대원군의 업적을 주공보다도 더 큰 것으로 말하고 있다(『羅巖隨錄』 「嶺儒再上書」, 138쪽, "閤下 國之太公 與周公尤有別焉 乃欲爲周公之所不爲者 此尤生等之所不敢知也"). 그러나 대원군은 영남의 인사들이 義理를 잘못 헤아려 나라 사람들의 疑惑을 고무하고 선동한 것이라 하여 즉시 해산할 것을 당부하였다(『羅巖隨錄』 「大院位答嶺儒書, 初度」, 137쪽). 이것을 그대로 대원군의 진심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당시 반대세력에 둘러싸인 처지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뜻을 밝힐 수는 없었을 것이다.
98) 이중진은 이 때 있었던 일의 전말을 서술한 편지를 3월 5일에 소청에 보냈다. 그는 이후 2차 봉환만인소를 준비하다가 유배되었다.
99) 柳道洙, 「疏廳日錄」 2月 22·28日 참조.
100) 柳道洙, 「疏廳日錄」(이는 필사본으로 전해져 왔으나, 최근에 간행된 류도수의 문집인 『민山集』 부록에 수록되었다) 참조. 이 자료는 류도수가 소수로 추대되는 과정부터 봉소 후 유배길에 오르는 과정까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후의 상소과정은 이를 토대로 하였다. 구체적인 주를 생략한다.
101) 연안인으로 李鉉燮의 族叔이다. 이현섭은 군위에 거주하다가 안동으로 이거하였으며, 또 대원군 봉환만인소에 참여하였고, 문집에는 「疏廳日記」가 있다.
102) 유생들의 과거에 대한 집착은 대단한 것이었다. 만인소가 진행되는 시기에 産室廳이 설치되고 있었는데, 이것은 慶科가 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인소에 참여하고 있던 소유들 상당수는 과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현섭이나 「先公手記」의 필자 또한 과거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李鉉燮, 『愚軒實記』, 「疏廳日記」, "3月 23日 盖余之汨汨於科場者 殆近十有餘年 而今科日不遠 肆然經歸 抑亦天心耶 吾所未料也"；「先公手記」 12月 23日, "吾之初意……則姑留一朔觀於慶科爲計矣 聞此科必在二月旬後……").
103) 이들은 대부분 영남인이거나 京南人士였다. 趙淵龍(원주진사), 李英九(연천진사), 李健陽(동촌진사), 崔翰周(참봉), 姜漢圭(도사), 李璿(선전관), 金麒運(별검), 趙濟華(승지), 曺錫萬(정언), 韓致林(수사), 金圭應(참봉), 朴珽鉉(양천), 權魯淵(교리), 柳止鎬(감역), 孫相駿(도사), 柳進徽(판관), 李晩瀅(교리), 張錫龍(승지), 韓敬源(참판), 李益秀(주서), 白樂憲(혜산).
104) 복합에 동참한 인사는 翰洞 丁瑜燮, 監洞 趙濟勉, 巡洞 權興奎, 靑陽 尹大弼, 尙州 李泰重, 康津 尹石住, 溫陽 韓璣源이었고, 내방한 인사는 교리 李晩瀅·李能華, 도사 孫振九, 주서 李益秀, 참봉 金潑·李中慶, 감역 柳止鎬, 승지 張錫龍이었다.
105) 이상철은 류후조의 아들인 柳疇睦(호 溪堂)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다.
106) 『羅巖隨錄』, 147∼8쪽；李鉉燮, 『愚軒實記』 「疏廳日記」 참조. 再疏時에 유배된 사람들과 유배지는 다음과 같다. 洪鍾善(진사, 종성) 朴璿鉉(현감 朴挺鉉의 동생, 부령) 鄭南容(삼수) 李中振(창성) 李壽榮(함안 진사, 강계) 李秉秀(이상철 당질, 용천) 李章浩(삭주) 李建陽(경기진사, 邸吏에게 疏費를 늑봉한 이유로 명천에 유배).
107) 『羅巖隨錄』, 151쪽. 고종은 만인소의 소유들을 '亂類'라고 하였다(李鉉燮, 『愚軒實記』 「疏廳日記」 참조).
108) 이러한 과정은 『羅巖隨錄』, 157∼160쪽에 구체적으로 나온다.
109) 『羅巖隨錄』, 153쪽, "(6月) 22日 院位乘小轎 冒雨還次 直入大內 僅救坑禍 疏首則末減島置".
110) 『羅巖隨錄』, 153쪽. 당시 소수와 유배지는 다음과 같다. 任度準(鹿島), 崔華植(智島, 영남소수), 趙忠植(荏子島), 曺秉萬(古今島, 호남소수).
111) 黃玹, 『梅泉野錄』 上, 18쪽.
112) 물론 영남유림은 대원군의 봉환을 자신들의 '至誠懇惻'한 정의 때문인 것으로 이해하기도 하였다. 柳宇榮, 「父主前上書」(필사본. 류우영은 류도수의 아들이다), "疏事三擧四擧 竟未得感回天心 至於動駕然 而直谷還次 聞已明的則 乃是疏儒至誠懇惻之致也".
113) 이승보는 남인으로 대원군의 봉환을 청하는 4도 소유들을 옹호하고, 또 처형하라는 고종의 하교를 환수하는 데 앞장섰다(주 108 참조).
114) 『羅巖隨錄』, 154∼5쪽. 상소내용 가운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주목된다. "況營私之跡著 護黨之勢成 敢以院位之還次 謂由於渠輩周旋之力 看作事業 稱以元勳 然則殿下之誠孝 由渠而勉焉 院位之行止 由渠而相關乎哉".
115) 『羅巖隨錄』, 155쪽. 이들의 당색, 유배지는 다음과 같다. 蔡東述(남인, 종성), 韓耆東(남인, 온성), 朴灝陽(노론, 벽동), 申獻求(남인, 해남), 權鼎鎬(남인, 제주), 趙宇熙(소론, 경원). 그러나 『梅泉野錄』에는 이 같은 사정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남인 재상들의 자제들로 연소한 관리들이 운현궁의 私人이 된 자를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이다. 이 중에서도 韓耆東·崔鳳九·蔡東述·權鼎鎬·鄭顯德이 더욱 그러하다. 甲戌初에 밀지를 받고 유배되었는데, 북인인 申獻求도 여기에 끼였다. 이들 6명은 3, 4년 후에 소환되었는데, 모두 얼굴을 바꾸어 민씨들에게 붙었다. 오직 권정호와 채동술이 안기영 역모에 (가담하였다)."
116) 『羅巖隨錄』, 「前掌令李東榮疏草」, 161∼162쪽.
117) 김도형, 「개항 이후 보수유림의 정치사상적 동향」 『1894년 농민전쟁연구 3』, 1993, 217쪽.
118) 金平默, 『重菴集』 卷5, 「代京畿江原兩道儒生論洋倭情迹仍請絶和疏」.
119) 金平默, 『重菴集』 卷22, 「與崔贊謙」 丙子 正月 11日.
120) 金平默, 『重菴集』 卷38, 「斥洋大義」.
121) 김도형, 앞의 글, 1993, 219∼220쪽.
122) 연갑수, 「개항기 권력집단의 정세인식과 정책」 『1894년 농민전쟁연구 3』, 1993, 105쪽.
123) 이 같은 이유를 김도형(앞의 글, 1993, 212쪽)은 "영남학파 유생들은 기본적으로는 척사론의 입장이었지만, 남인이라는 당색으로 말미암아 현실정치에서는 노론정권으로부터 견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재야의 노론들로부터 서양세력의 국내 내응세력으로 지목되고 있었던 사정에서, 개항이 이루어지던 시점에서는 집단적인 행동이 없었다"고 하고 있다.
124) 이하의 척사만인소의 전개과정은 권오영의 앞의 글(1990)을 요약한 것이다. 구체적인 주를 생략하나, 내용상 혹은 자료상 보완할 필요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각주로서 밝힌다.
125) 강진규는 안동(봉화) 출신으로, 고종 10년 3월에 대원군에 의해 승지에서 참판으로 特除되었다(『羅巖隨錄』, 21쪽.) 영주·봉화의 진양강씨들은 明齋 尹拯과의 관계에서 소론이 되었던 것 같다. 영남에서는 소론과 남인이 적대적인 관계는 아니었다. 따라서 상호 혼인관계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대원군이 초야시에 영남을 주유할 때 이들 강씨가문과도 교유하고 있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26) 이러한 교섭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던 것은 이만유였다. 이만유는 이후 승지에 임명된다(『渚上日月』 辛巳 1月 13日).
127) 『流水齋遺稿』 卷1, 「疏行日錄」 11月 30日.
128) 『渚上日月』 辛巳年 2月 13日.
129) 『流水齋遺稿』, 「疏行日錄」；『羅巖隨錄』, 230쪽.
130) 『衛正斥邪疏草』, 「良洞李氏抵李在熺書」(『경상사학』 10, 1994 자료편에 수록), "平日相知之人 若必求之於色相之間則 殆無以辨識 是豈非可歎處耶".
131) 『衛正斥邪疏草』, 「良洞李氏門中抵疏廳書」.
132) 『衛正斥邪疏草』, 「良洞李氏抵李在熺書」.
133) 『衛正斥邪疏草』, 「再書」.
134) 권오영, 앞의 글, 1990 참조.
135) 송병기, 앞의 글, 1985 참조. 안기영사건은 흔히들 '李載先事件'이라 하였다. 송병기는 이 용어가 적절치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 글의 안기영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은 위의 글을 크게 참조하였다.
136) 『梅泉野錄』 上, 62쪽, "同盟者南北人而已 老論而參者 北村庶孼數人"；『推案及鞠案』 卷30, 246쪽.
137) 안기영사건으로 이재선은 사사되었고, 안기영·권정호·강달선·丁建燮 등은 모두 처형되었다. 무사한 사람은 오직 대원군뿐이라고 할 정도로 대원군파, 또는 남인들이 철저히 제거되었다.
138) 『梅泉野錄』 上, 62쪽.
139) 류도수와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살피는 것은 이들과 류도수만이 관련이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류도수의 문집에서 이들과의 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40) 류도수는 류후조의 아들인 柳疇睦의 문하에서 수학하였고, 스승의 사후에는 行狀을 마련하고 遺文을 수집하여 『溪堂集』을 편찬하였다.
141) 채제공과 영남과의 관계는 이수건의 논문(1985)에 상세히 언급되어 있다. 그리고 채제공의 문집인 『樊巖集』에는 영남인사와 주고받은 편지와 이들의 요청에 의한 序·跋·記 등의 문자가 많다. 양반사회에서의 文字授受는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또한 번암은 하회의 북촌댁과는 이종간이었다. 이와 같은 관계 속에서 『번암집』이 안동의 봉정사에서 간행되었던 것이다(『번암집』 간행에 대해서는 부산대 柳鐸一교수님이 지적해 주셨다).
142) 대원군 봉환만인소 시에 승지인 권정호와 채동술은 두 차례에 걸쳐 각기 70緡과 100緡을 부조하였다. 또 형조에 위문하고 전별시를 나누기도 하였다(류도수, 「疏廳日錄」 3月 3日；李鉉燮, 「疏廳日記」). 척사만인소 시에는 채동술은 소청에 하인을 보내어 위문하였고, 안기영은 10緡銅을 소수에게 부조하였다(『流水齋遺稿』 卷1, 「疏行日錄」 3月 22日).
143) 물론 경남의 일부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이 같은 경남의 분열은 영남과의 유대관계의 강약에 따른 차이로 생각된다. 즉, 영남과의 관계가 밀접한 경우에는 끝까지 대원군 지지세력으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44) 이러한 사정에서 田保橋潔은 1881년의 영남만인소를 "남인이 국왕 및 척족을 공격하는 제1성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하였지만, 사실은 이미 앞에서 검토하였던 대원군 봉환만인소가 그 1성이었던 것이다(『日鮮關係硏究(上)』, 754쪽).
145) 만인소의 각종 직임과 상소과정, 疏資 등은 이수건 교수의 앞의 글에 잘 정리되어 있다.
146) 「복제개혁반대만인소」를 보면 만인소의 명첩이 각 동성촌락의 문중단위로 작성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것은 동일한 항렬자를 가진 연명자들이 4∼5명, 또는 수십 명씩 한꺼번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를 들면, 어떤 李氏의 경우 李元會 등 32명이 등재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元字 항렬자가 5명, 李在求 등 求字 항렬이 9명, 李中在 등 中字 항렬이 8명, 李正儀 등 儀字 항렬이 5명 등이었다.
147) 이수환, 앞의 글, 1994 참조.
148) 「先公手記」 12月 19日, "先到者百餘員 追到者亦十餘員 然主事者 皆江右之人 江左則宜河兩村外 皆各門塞責云".
149) 진성이씨로서 드러나게 활동하였던 인물은 이만유, 이만운, 이만시 등이다.
150) 봉환만인소에도 의성김씨와 안동권씨가 각기 두 명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先公手記」 참조). 그러나 척사만인소에서 안동의 의성김씨로는 金鎭淳(四疏時疏首) 등 3명이, 안동권씨로는 權世永 등 6명이 소수와 소임으로 활동하였다(『衛正斥邪疏草』 참조).
151) 의성김씨 또는 虎儒는 서원훼철에 대해 보다 강력히 반대하고 있었다. 즉, 金遇洙는 虎溪書院이 훼철되자 안동부에 들어가 강력히 항의하다가, 성균관 유생이던 金喆銖(의성김씨)는 서원훼철에 반대하여 儒巾을 벗어던지고 귀향하였다가 문의현에 유배되었다.
152) 李鉉燮, 「疏廳日記」 6月 13日.
153) 주) 148의 「先公手記」 12月 19日 참조.
154) 李鉉燮, 『愚軒實記』 「疏廳日記」. 여기서 불참이란 만인소 疏廳에 참여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지, 만인소 자체에 참여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55) 『羅巖隨錄』 丁丑(고종 14년) 8月, 200∼201쪽, "以復院事 搢紳章甫 大會于聞韶郡 酉谷權璉夏氏 疏首薦出 虎儒一二發通告 是時屛儒 以姑停疏擧 退待明春之意 爭執不得 遂空座先出(愚鄭氏 仁張氏 以屛而獨不出)".
156) 경상우도의 개령회합 시에 노론으로 참여한 인원은 5∼6명에 불과하였다. 이후 김평묵은 영남노론이 한 사람도 참여하지 않았음을 개탄하기도 하였다.
157) 그러나 향촌사회 내부 특히 영남의 남인과 노론은 여전히 대립적이고 적대적이었다.
158) 宋基夏(1828∼1877), 『雲坡先生文集』 卷8, 「通屛山廬江文」, "伏見治疏爬任錄則……一門之內 或至七八員 或至五六員 而或多全門見闕者 何也 抑亦多錄之門 擧皆是上京儒生 見闕之門 果無一人진京儒生而然耶 大抵爬任之法 計門中之大小 數儒生之多寡 均排之可也".
159) 鄭直愚, 「疏行日錄」 4月 20日 절목(이수환, 앞의 글, 1994, 132쪽), "1. 疏儒의 資斧(노자)는 各邑의 境內 院塾(서원·향교·서당)과 各門內에 배정하여 부족하고 군속한 폐가 없도록 할 것."
160) 柳道洙, 「疏廳日錄」；李鉉燮, 「疏廳日記」 해당일자 참조.
161) 6월 7일 이후의 부조는 사실상 유배시의 行資를 위한 것이었다.
162) 경저리와의 관련 문제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서 추측할 수 있다. 『羅巖隨錄』, 147∼148쪽, "京畿進士李建陽 以疏費之勒捧京邸吏之故 明川定配".
163) 2차 봉환만인소시에 8명이 연이어 유배되자 이현섭은 크게 걱정하고 있다. 李鉉燮, 「疏廳日記」, "又此繼以定配 將何以辦得物財 治送乎".
164) 柳宇榮, 「主父(柳道洙)前上書」(필사본. 柳時碧氏 소장).
165) 『玉山書院誌』, 「通文」, 875쪽(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 간).
166) 『渚上日月』 庚辰 12月 19日條.
167) 주 165와 같음.
168) 鄭直愚, 『疏行日錄』, 「通諭一鄕文」(이수환, 앞의 글, 1994, 134쪽).
169) 대원군정권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로는 주 5)에서 이미 밝혔다.
170) 임백경이 우의정일 때 조두순·이유원이 각각 영의정·좌의정이었고, 류후조도 대부분 조두순·김병학과 함께 대신직을 수행하였다. 따라서 임백경·류후조가 독자적으로 국정을 수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며, 실제로 이들의 이름으로 시행된 정책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연갑수, 앞의 글, 1993, 274쪽 참조).
171) '남인의 의리'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사도세자문제로 생각된다. 다음의 자료는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宗親府謄錄』 戊辰(고종 5년) 閏4月 18日, "昨冬 留京嶺人……列聖朝 至精至微之大義理 炳如日星 國典已定 俟百世而不惑 質天地而無疑者也 夫何一種怪鬼輩 乃敢萌於心 而發諸口 鄕會焉 道會焉"；『羅巖隨錄』 第1冊, 丁卯(고종 4년) 2月, 4쪽, "大院位抵韓台啓源及姜台蘭馨書略曰 近聞嶺儒所謂虎論名色 以典祀事聚議云 是誠午人必亡之秋也 況此擧 吾先王朝未敢之事也".
172) 『宗親府謄錄』 戊辰(고종 5) 閏4月 18日. 연갑수, 앞의 글, 1993, 주 138) 참조.
173) 황현은 남북인의 진출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1/3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梅泉野錄』 上, 4쪽, "其時占仕籍者 老論猶居南北三分之二".
174) 현재의 류후조의 문집을 볼 때, 영남유림의 중심지인 안동인사와의 교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75) 영중추부사였던 한계원은 척사만인소 시에 영남 각지에 편지를 보내어 협박했고, 이만유·이만운은 만인소의 내용을 수정하게 하였다. 성균관 장의였던 홍승렬은 봉환만인소 시에 유림과 성균관 유생들의 결합을 저지하였다. 이들은 이 공으로 승진하거나 다시 등용되었다.
176) 영남유림은 대원군 봉환운동을 상소가 아닌 대원군에 대한 상서로 전개하고 있었다. 조선후기 영남의 儒疏는 사실상 경남의 관료들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전개되고 있었다(이수건, 앞의 글, 1987 참조).
177) 『羅巖隨錄』, 「前正言丁集敎疏草」, 140∼146쪽. 정집교는 영주 茁浦 본가에서 이 소초를 작성했으나 올리지는 못하였다.
178) 柳道洙, 『민山集』(민山遺稿) 卷1, 「擬疏」.
179) 주 97) 참조.
180) 『羅巖隨錄』, 「嶺南儒疏草」, 132∼133쪽, "(근일의 科弊를 논한 후에) 第以臣等所居嶺南一道言之 春科所參 未免塞責 無異闕焉 至於秋科 全然漏榜 噫本州人士 盡無可稱之實而然乎". 과거에 대한 문제가 상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대원군의 실각은 곧 영남남인의 정치적인 몰락과 직결됨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따라서 이 초본에서, 또는 이후 영남유림의 만인소에서 언급되고 있는 '부자간의 윤리' 문제는 단순한 명분에 불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181) 『羅巖隨錄』, 「李有臣科弊疏」, 4월, 139∼140쪽. 이유신이 영남인이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182) 정집교(영주 줄포)는 대원군의 치정과 실책(서원훼철과 호포실시)을 대체로 소상히 밝히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원군의 봉환을, 다른 한편에서는 호포제 폐지, 서원 복설, 강화순무영의 복원, 과폐의 혁신 등을 건의하였으나 봉소하지는 않았다.
183) 대원군이 이후 기존의 정치세력이 아닌 군인과 동학농민군을 통해 재집권을 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 점과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184) 양상현, 「대원군파의 농민전쟁 인식과 동향」 『1894년 동학농민전쟁연구 5』, 1996 참조.
185) 예컨대, 경상도에서 동학농민군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였던 상주지역의 소모사는 鄭宜默(愚伏 鄭經世의 후손)이었고, 농학농민군을 토벌하기 위한 의병장으로 추대된 것은 柳道奭이었다. 정의묵은 대원군 봉환만인소에 소수로 추대되었다가 곧 구금된 鄭民采의 一族이었고, 류도석은 류후조(대원군 집정기 좌·우의정 역임, 서애 류성룡 후손)의 손자로 안기영사건에 연루되어 유배되었던 인물이다.
186) 정진영, 「1894년 농민전쟁기 향촌지배층의 동향」 『1894년 농민전쟁연구 5』, 1996 참조.
187) 정옥자, 「19세기 척사론의 역사적 위상」 『한국학보』 78, 1995 봄호. 씨는 開化論이 근대화론·세계화론으로 왜곡 계승되는 과정에서 정체성의 상실과 전통문화의 부정에까지 이르렀음을 비판하면서, 그 반면거울로서의 斥邪論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고, 그 정당한 자리매김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나침판으로 기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